"그 누가 배호 앞에서 가창력을 논하랴."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는 가수 고 배호(1942~1971)를 "한국 가요사에서 가장 완벽한 음을 구사했던 천재 가수"라고 칭송했다.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배호의 노래들이 음악극으로 되살아난다.
두산아트센터의 음악기획시리즈 'DAC 음(音) 시리즈'의 세 번째 공연인 음악극 '천변 카바레'다. 'DAC 音 시리즈'는 우리 대중음악사에 업적을 남기거나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지켜가는 아티스트들을 발굴해왔다. 1930년대 음악을 극으로 만든 지난해 무대 '천변살롱'은 가수 하림, 뮤지컬배우 박준면이 호흡을 맞춰 호평을 얻었다.
스물한 살에 '두메산골'로 데뷔한 배호는 스물아홉에 요절했다. 내년이면 벌써 40주기다. 그러나 아직도 '배호를 기억하는 모임'과 같은 팬클럽이 활동할 정도로 그를 추억하는 사람이 많다.
막이 열리면 배호의 대표곡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이 흐른다. 무대 전면에 놓인 화면에는 사진으로 생전 그의 모습들이 스쳐간다. 배경은 1960년대 서울의 한 클럽. 배호를 좋아하는 시골뜨기 춘식은 그를 보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가 웨이터가 되고, 배호가 죽은 뒤 모창가수 '배후'로 산다. 극은 낯선 서울에서 사랑과 배신, 타락을 경험한 춘식이 배호 추모 밴드를 조직해 다시 무대에 서는 것으로 끝맺는다. 화면에는 배호에 대한 사후 평가가 자막으로 올라간다.
작품은 당시 서울의 분위기를 실감나게 재현한다.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돌아가는 삼각지' 등 배호의 히트곡이 줄줄이 이어진다. 여기에 한명숙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와 현인의 '서울야곡',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등이 가세한다. 영화 '맨발의 청춘'을 패러디 한 대목이나 배우들의 촌스러운 의상도 추억 여행을 거든다.
춘식, 배호, 배후의 1인 다역을 맡은 개성파 뮤지컬 배우 최민철은 영화 '고고 70'에 이어 다시 한 번 복고풍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태어나기도 전에 작고하신 분이라 잘 몰랐는데, 노래를 들어보니 화려한 기교 없이도 자기 색깔이 분명하더라"면서 "그의 노래는 전 국민이 부르지만 잘 부르기는 어려운 애국가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노래를 편곡한 재즈가수 말로는 배호를 사랑하는 남장여자 정수 역으로도 활약한다. 최근 '동백 아가씨' 등 전통 가요를 부른 음반을 내 화제가 된 말로는 "배호의 노래에는 당시 서양에서 들어온 스윙이나 어쿠스틱 사운드가 녹아 있다"고 했다. 11월 12~21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 (02)708-5001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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