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이 한해 정보기관 운용에 쓰는 자금은 얼마일까.
지금까지 기밀로 분류돼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미국의 정보기관 예산이 28일(현지시간) 처음 공식 공개됐다. 미 국가정보국(DNI)의 발표에 따르면 2010 회계연도(2009년10월~2010년9월)에 미 중앙정보국(CIA) 등 16개 정보기관과 군의 정보활동에 쓰인 예산은 총 801억달러(90조원)에 달했다. CIA 등 순수 정보기관의 작전에 531억달러, 군에서 관장하는 정보작전에 270억달러가 투입됐다. 이는 국토안보부(DHS)의 예산 426억달러, 국무부 및 해외지원 예산 489억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것이며, 지난해 통과된 경제부양 예산의 10%에 해당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보예산이 2001년 9ㆍ11테러를 기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비공식적 수치들은 언급된 적이 있는데, 지난해 예산은 750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1년 새 7%나 증가한 셈이다.
이에 따라 과도하고 낭비적인 정보예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 경제가 침체기인데다 미 국민들의 세금에 대한 반응이 어느 때 보다 민감한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다이앤 페인스타인 의원은 “지난 10여년간 정보예산이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부풀려졌다”며 “삭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예산의 구체적 사용처는 기밀이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정보작전에 35억달러가 쓰인 것은 확인됐지만, 대부분의 정보예산은 정확한 쓰임새가 검증되지 않고 있다. 페인스타인 의원은 앞서 의회 청문회에서 고가의 위성장비 예산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정보예산이 삭감될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대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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