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사망하면 아내를 상속할 수 있다’는 부족의 악습으로 인해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를 강요 당했던 케냐 여성이 한국 법원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케냐인 M(42)씨는 15년 전 본국에서 세 번째 다수 종족(인구의 12%)인 루오족 남편과 결혼했고 이들 부족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 단란했던 M씨의 가정이 파탄 난 것은 2004년 교통사고로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M씨가 ‘아내상속’이란 루오족의 관습을 강요당하면서부터다.
아내상속이란 남편이 죽으면 배우자가 남편의 형제들뿐 아니라 그들이 지정하는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관습인데, 루오족 대부분은 이를 거부할 경우 저주를 받아 모두 죽게 된다고 믿고 있다. M씨는 남편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그의 형제들로부터 “우리가 지정한 남성과 성관계를 갖고 재혼하라”고 강요당했다. 이들을 피해 몰래 이사를 갔지만, 형제들은 끝까지 추적해 M씨의 집에 불을 지르기까지 했다.
공포에 질린 M씨는 고민 끝에 2006년 6월 한국으로 들어와 곧장 난민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불허처분을 했고, M씨는 결국 법원에 구제를 요청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화)는 “M씨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진술에 비춰볼 때 M씨가 성적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을 침해 받고 있음이 인정되고, 케냐 정부가 M씨를 충분히 보호할 만한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어 난민으로 인정한다”고 29일 밝혔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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