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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별을 쏜다] 그레코로만 55kg급 최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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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별을 쏜다] 그레코로만 55kg급 최규진

입력
2010.10.29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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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 필승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남자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금빛 담금질’의 현장이다. 기합소리가 새어 나오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내들의 땀냄새가 훅 끼쳤다. 10분 정도 있었을까. 매트 안팎을 가득 메운 땀냄새 때문에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금메달을 향한 지옥훈련을 묵묵히 소화하고 있는 그레코로만형 55㎏급 최규진(25ㆍ한국조폐공사)의 ‘쫄쫄이’ 유니폼 역시 흠뻑 젖어 있었다.

‘만년 2인자’ 꼬리표 떼고 화려하게 비상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최규진이 처음으로 밟아보는 종합 국제대회다. 늘 쟁쟁한 선후배들에 밀린 2인자였기 때문이다. 중2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레슬링을 시작한 이후 첫 우승 시기도 대학교 1학년 때다. 그는 “잘 하는 실력자들이 안 나왔다”고 수줍게 웃었다.

“재미있겠다” 싶어 씨름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도 꺾고 시작한 레슬링이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자연스레 찾아온 방황. “매번 우승 문턱에서 지는 거예요. 그만두고 차라리 군대 가서 ‘말뚝’이나 박을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주일 정도 쉬다 보니깐 다시 매트가 그리워지더라고요.” 대학교 3학년 때 열린 대표선발전에서 다시 3등에 머물고 좌절하던 그를 이끈 건 당시 상무 레슬링 팀을 맡고 있던 방대두 현 레슬링 국가대표팀 총 감독이었다.

방 감독의 혹독한 조련 속에 최규진은 ‘물 만난 고기’로 성장해 갔다. 제대한 이듬해인 2009년 대표선발전 결승에서 라이벌 이정백(삼성생명)을 꺾고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해 5월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9월 세계선수권 은메달 등 대표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방 감독이 “금메달 따면 결혼시켜 주겠다”고 눙치자 최규진이 빙그레 웃었다.

최규진은 광저우까지 따라오겠다는 부모님과 짬을 내 국내대회가 열리는 지방을 수시로 찾아와 응원하는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도 “금메달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절대강자와의 리턴 매치, “반드시 설욕하겠다”

최규진이 금메달을 향해 의지를 불 태울 수밖에 없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올해 9월 열린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자신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건 55㎏급의 ‘절대 강자’ 하미드 수리안 레이한푸르(이란)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세계선수권 5연패를 달성한 레슬링의 ‘지존’이다.

최규진은 “당시 경기 비디오를 몇 번씩 돌려 보며 분석하고 있다. 반드시 설욕하겠다”며 “실력은 비슷하다.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정신력의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방 감독은 “결승전 당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만 아니었다면 금메달은 최규진의 몫이었다”고 말했다. 최규진은 자신의 장점이면서 상대의 약점인 스탠드에서 승부를 걸 생각이다.

또 하나. 추락한 한국 레슬링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부터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7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86년 서울 대회부터 20년째 5개 이상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24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고,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아예 ‘노메달’에 그쳤다. 레슬링협회가 광저우를 계기로 올해를 부활의 원년으로 삼고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는 이유다.

이번 대회 금메달 4개 이상을 목표로 잡은 대표팀의 선봉에 선 최규진. “제가 금메달을 안 딸 수가 없겠죠? 광저우에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빛 옆 굴리기를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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