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도로에 출몰해 차량과 충돌,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9일 오전 1시5분께 부산 기장군 일광면 부산_울산고속도로 일광나들목 부근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뛰어들어 부산 방향으로 달리던 1톤포터화물차(운전자 오모ㆍ47)와 충돌했다. 이어 20분 뒤 SM7승용차(운전자 김모ㆍ56)도 같은 지점에서 다른 멧돼지와 충돌해 갓길에 세워진 화물차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운전자 2명이 중경상을 입고 60㎏가량의 멧돼지 2마리가 현장에서 100~200㎙ 떨어진 곳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김씨는 “2차로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도로에 멧돼지가 나타나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4일 오전 5시께도 충북 음성군 음성읍 한벌리 36번 국도에서 충주시 방향으로 달리던 NF쏘나타(운전자 김모·45)가 도로에 뛰어든 멧돼지와 갓길의 이정표를 연달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승용차가 뒤집어지면서 불이나 운전자 김씨가 현장에서 숨졌으며 무게 80kg가량 멧돼지가 죽은 채 발견됐다.
멧돼지 로드킬(교통사고로 동물이 죽는 것)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최근 멧돼지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난 데다 도로 주변에 설치된 야생동물생태통로(ECO_BRIDGE)가 제 구실을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_울산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멧돼지 사고도 사고 현장 주변에 야생동물들을 생태통로로 유도하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생태통로와 생태 다리도 마련돼 있으나 멧돼지의 진입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08년 12월 개통된 부산_울산고속도로(47.2㎞)에는 200~300㎙마다 생태통로가 설치돼 있고 유도울타리도 전 구간에 마련돼 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이 고속도로에는 설계 당시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생태통로와 유도울타리를 설치했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먹이를 찾아 내려온 멧돼지가 유도울타리를 뚫고 고속도로로 진입해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도로공사가 생태통로와 유도울타리를 설치하고 있으나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오는 야생동물들의 로드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야생동물의 이동경로를 정확히 분석해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