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제도에서는 사생활이 더 잘 보호될 수 있습니다." "네, 분명 그런 이점이 있지만 경험이 많은 어른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대가족제도의 장점도 무시할 순 없죠."
28일 경기 시흥시 대야동의 대교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센터 대강당. 핵가족과 대가족제도 중 어떤 형태가 더 많은 장점이 있는지 학생들간 열띤 토론이 열렸다. 찬반 그룹으로 나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논거를 만들고, 환경ㆍ사회ㆍ경제적 관점에서 서로의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학생들의 피부색과 생김새는 각양각색. '환경-주거와 문화'를 주제로 이달 18일부터 열린 '세계교실 국제포럼 2010'(이하 세계교실)에 참가한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었다.
세계 청소년들의 교류 한마당인 세계교실이 국내에서 열린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일본의 세계교실위원회가 만든 청소년들의 국제포럼인 세계교실은 21세기 주역이 될 젊은이들에게 세계 표준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1997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학교로는 유일하게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양정고가 13회 행사를 주최한 것이다. 중국 일본 터키 등 20개국에서 지도교사 및 학생 80여명이 왔다.
이들은 역사박물관과 경복궁 등 국내 역사 문화 유적을 둘러보고 4박5일간 한국 가정을 체험(Home Stay)하는 시간도 가졌다. 한국의 전통가옥과 문화가 낯선 이들에게 25, 26일 1박 2일간 머문 안동 하회마을과 군자마을의 인기가 단연 으뜸. 남아프리카에서 온 마이클 콜릿(16)군은 "날씨가 추웠는데 한옥 온돌방이 따뜻해 좋았다"며 "탈춤 공연도 인상적이었고 하회탈 선물도 받았다"고 했다.
한국 가정의 환대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했다. 각국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 참가했다는 멕 길크리스트(16ㆍ호주)양은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지내는 동안 불편함 없이 잘 대해주셨다"며 "이번에 사귄 친구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좋은 인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포럼을 주관한 김창동 양정고 교장은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인류 공동의 사회 문화적 문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다양한 가치와 사고의 교류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라고 평했다.
영어 에세이 심사와 인터뷰를 거쳐 한국 대표로 뽑힌 최두원(17ㆍ양정고 2)군의 각오는 자못 다부졌다. "국제 감각과 마인드를 익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다음달 서울에서 주요20개국(G20)회의도 열리는데 이 자리에 있는 친구들 중 미래의 G20 주인공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들은 29일 최종 마무리 토론과 송별회를 끝으로 약 2주간에 걸친 일정을 모두 마치고 30일 출국한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