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애꿎은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과 인연이 깊은 세중나모여행사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데다 미국에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외손녀라 주장하는 이가 삼성 공문까지 위조, 물증이라 내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중구 태평로 본사 및 서초동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실시되자 재계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들이 제기됐다.
세중나모여행은 지난 30년 가까이 삼성 임직원의 해외 출장 업무 등을 전담해온 여행사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삼성계열사 수준으로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게 여행업계 설명이다.
실제 세중의 항공권 판매 중 삼성 임직원 비중은 6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압수수색물엔 삼성 관련 내용들도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천 회장은 특히 1996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되면서 대한레슬링협회장 자리를 내 놓자 이를 이어받기도 했다.
세중나모여행사 본사가 삼성생명 빌딩에 입주해 있는 것도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세중나모여행사는 삼성의 계열사가 아닌 데다 삼성 뿐 아니라 포스코도 세중과 거래가 많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 확대 가능성은 억측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은 또 이날 예정에 없었던 기자 회견을 열고 미국에서 마약사범으로 체포된 미국인 여성이 삼성 창업주의 외손녀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일련의 보도에 대해, "미국 여성 리제트 리가 삼성 창업주의 외손녀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한 삼성전자 북미법인의 공문은 위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방송 및 인터넷 언론은 미국 연방검찰이 마약사범 리제트 리의 집에서 압수한 삼성전자 북미법인의 공문에 '6월30일 LA 근처 밴나이스 공항에서 열리는 비공개 행사에 삼성 회장 일가를 대신해 리제트 리가 참석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전했다. 리제트 리는 지난 6월14일 마약을 운반하다 체포됐다.
삼성 관계자는 "보도된 문건은 삼성전자 북미법인 기획홍보팀장 데이비드 스틸 전무가 밴나이스 공항에 보낸 공문에 임의로 문장을 추가, 위조한 것"이라며 "스틸 전무의 사인도 본인의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이 공개한 공문 원문에는 리제트 리의 가족관계 등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담고 있지 않았다. 삼성은 한편 처음 리제트 리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모 언론사 사장의 부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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