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로 C&그룹의 비자금 조성 경위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C&그룹은 회장 직속 비자금 관리부서의 지휘 하에 주로 계열사 간 자금이동을 통해 비자금을 형성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C&그룹 비자금 및 정ㆍ관계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최근 그룹 내 '재정전략스탭'이라는 부서의 핵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중반 만들어진 이 부서는 임병석(49) 회장의 경영지시를 전달하고 점검하는 회장 보좌조직이다. 임 회장은 회사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한 2008년 조직의 이름을 '자금본부'로 바꾸면서 미심쩍은 계열사간 자금이동을 부쩍 자주 지시했다. 임 회장이 누적적자가 1,000억원대인 부실 계열사 C&라인에 다른 계열사의 자금을 몰아주게 한 것도 이 시기다. 당시 C&우방과 C&조경에서 약 97억원이, C&중공업과 C&조선해양에서 180억원이 C&라인으로 전달됐는데, 이를 지휘한 것이 자금본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C&라인이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법인망을 갖추고 있어 이를 통해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또 C&중공업의 상하이 지사 등 6개 해외법인과 위장계열사 등을 통해 수백억원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하고 전남 목포시의 C&중공업 본사와 위장계열사로 의심되는 전남 여수시 광양예선 등을 전날 압수수색했다. 특히 광양예선은 2004년 임 회장의 형 병환씨가 인수한 회사로 현재는 C&그룹 최모 전무의 형이 대표로 등재돼 있다. 검찰은 또 C&그룹이 2005년 설립된 중소 부동산개발사 남부아이앤디에게 2006~2008년 600여억원(2008년 현재 잔액기준)을 빌려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사가 설립 당시 사무실이 서울 장교동 C&그룹과 같은 건물에 있었고, 현 대표가 최 전무의 또 다른 형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C&그룹의 비자금 창구역할을 해온 위장계열사일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편, 금융권의 C&그룹에 대한 특혜대출 의혹과 관련, 검찰은 한국무역보험공사(옛 수출보험공사)도 C&그룹에 868억원의 지급보증을 해줘 390억원의 손실을 입은 사실을 확인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