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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릴레이 인터뷰] (3) 리상양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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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릴레이 인터뷰] (3) 리상양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장

입력
2010.10.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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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이 외자기업들입니다.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하는 것입니까.”

중국사회과학원 리상양(李向陽ㆍ사진)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은 잔뜩 격앙돼 있었다. 무역 불균형에 대한 미국측 공세에 대한 항변이었다. “환율전쟁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린 미국에 있다”고도 했다.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간 빅딜이 이뤄졌다고 하지만, 중국 지식인들의 이런 인식은 앞으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다만 리 소장은 그래도 G20체제가 환율 전쟁을 해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 이번 G20 정상회의가 선진국이 아닌 한국에서 열리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시는 지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지위가 많이 높아진 걸 반영한 거라고 봐요. 주최국은 의제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이번 정상회의는 의제도 많고 해결해야 될 문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각국간 이해조율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을 거에요.”

- 아무래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환율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텐데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위안화 절상 요구는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무역불균형 문제를 특정국가인 중국에만 집중하는 건 불합리하죠. 중국의 과도한 수출을 과연 중국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을까요? 중국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이 외자기업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죠. 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회복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회복엔진인데, 만약 이번 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압력을 높인다면 세계경제 회복에 불리한 영향을 줄 겁니다.”

- 그러면 지금 환율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건가요.

“미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에 달러 투입량을 과도하게 늘렸어요. 그 덕에 달러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미국은 단기적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죠. 이건 미국이 자국의 빚 위험을 다른 나라로 전이하는 겁니다. 자국 이익만을 생각하는 불건전한 글로벌 시장행위죠. 다른 국가 통화에 절상 압력을 줄 뿐 아니라, 환율 전쟁의 근본 원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 그래도 이번 경주 회의에서 상당 부분 절충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맞아요. 일단 환율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는 찾았다고 봐요. 미국이나 중국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책임이 크죠. 자국의 이익만 챙겨서는 곤란합니다. 양국간 심각한 대결ㆍ대립구도는 결국 글로벌 경제 회복에 치명적 타격을 줄 겁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그 동안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돼요.”

- 중국이 희토류 등 희소금속 수출과 미 국채 보유 등을 무기로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런 주장은 단순히 외신들의 억측일 뿐입니다.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정책은 이미 댜오위다오(釣漁島)사태 이전에 결정된 것이에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것 역시 최근 외환 보유 다각화와 맞물려 있는 부분입니다. 숲 속의 나무 그림자만 보고, 숲 전체가 어떻다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중국의 부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국 위협론’이 고조되면서 중국에 안보위협이 대두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던데, 향후 아ㆍ태지역의 세력판도는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중국의 신속한 굴기(崛起)에 대한 주변국들의 경계심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봐요. 일본과 인도 등 대국들과의 마찰 가능성이 더욱 커졌지요. 동남아시아 국가들로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또 다른 대국의 개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아시아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 바로 이런 환경 아래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 목표라고 보는데요. 미국은 중국과 갈등을 빚는 주변국들을 단합시켜서 중국을 이 지역에서 포위하려고 하는 겁니다.”

- 좀 다른 얘기지만, 북한이 김정은 후계구도를 안착시킨 뒤에는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을 취할 걸로 보십니까.

“만약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갈 것을 결정한다면 이건 필연적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것이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겁니다. 다만 북한이 대외적으로 개혁개방의 길을 걷는다면 그것은 우선적으로 중국에 대한 개방으로부터 시작할 거에요.”

- 중국이 2012년부터 향후 5년 경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제12차 5개년 계획(12ㆍ5 규획)의 핵심개념으로 ‘포용성 성장’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과연 어떤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인지요. 또 이를 통해서 언제쯤 미국을 추월하는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중국에게 향후 5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중국이 12ㆍ5 규획에서 제기한 목표나 요구들은 모두 실현 난이도가 높은 것들인데요. 이걸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중국이 이룩한 개혁개방 30년 이래 또 다른 큰 성과가 될 겁니다. 그렇다고 5년 내 미국과 어깨를 겨룰 만한 대국으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한데요. 현재 중국경제가 지향해야 될 목표는 내수시장 확대와 저탄소 경제를 통한 지속 성장이죠.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의식하지 않고 중국 특유의 발전방향을 도모해야 됩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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