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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선택적 복지 대 보편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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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선택적 복지 대 보편적 복지

입력
2010.10.2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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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국무총리의 '과잉복지' 발언은 복지정책에 대한 대립과 논란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며칠 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 국민의 70%까지 복지 대상을 확대하는 정책을 당의 기본 축으로 삼겠다면서 내년 3월까지 '개혁적 중도보수'의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복지 혜택을 누리는 보편적 복지를 당헌으로 채택했다. 여야의 복지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가열되는 여야 복지정책 경쟁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들을 무료로 지하철을 타게 하는 것과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김 총리의 발언에 대해 야당은 '복지철학 빈곤' 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예를 잘못 든 측면은 있지만, 법치ㆍ복지ㆍ정치가 뒤섞이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과잉복지를 경계한 것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이 시점에 복지문제에 관해 그런 정도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김 총리의 발언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로 이어져온 생산적 복지의 다른 표현이다. 그가 추가로 설명했듯이 복지는 생산과 연결돼야 하며,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정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의 복지수준 자체를 과잉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상황은 선택적 복지론에 머물러 있던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론에 영향을 받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보편적 복지론 쪽으로 위치 이동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친서민 정책과 서민 복지를 강조해온 정부ㆍ여당으로서는 서민들을 보살피고 복지혜택을 늘리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복지 확대는 꼭 필요한 일이다. 돈만 많다면 어떤 부문이든 무상 혜택을 늘리는 게 즐거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지난해 정부 재정적자는 43조원을 넘었고, 총 국가부채도 360조원이나 된다. 국가 재정이 파탄 나면 복지고 뭐고 있을 수 없다. 그 부담과 피해는 가장 먼저 서민과 중산층에 전가될 우려가 크다. 복지정책은 원래 포퓰리즘으로 흐르기 쉽고, 여야가 복지경쟁을 하다 보면 부작용과 문제점이 더욱 커진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상호 배타적인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넘는 방도를 모색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김 총리의 발언은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동안 주로 일본의 복지제도를 수정해 도입하는'베끼기 정책'을 써온 우리는 이제 서구의 제도도 기웃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회여건과 역사의 발전추세가 판이한 서구의 제도가 우리 몸에 맞을 리는 없다. 우리의 몸짓으로 우리의 헤엄을 쳐야 한다.

보편적 복지의 무모함을 꼬집는 지적에 대해 "모든 정책을 보편적 복지로 하자는 게 아니라 그 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욕구에 대해서만 보편적 복지로 접근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무엇이 가장 중추적인 것인가 하는 것도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 사회의 큰 복지조류 두 가지를 융합하고 조화시키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예컨대, 말장난 같지만 선택형 보편적 복지, 보편성 선택적 복지는 전혀 합의ㆍ구현 불가능한 이념인 것일까.

나라 장래 생각하며 논의하길

복지논쟁이 더 격렬해지기 전에 여야 정치권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복지정책의 폭발성이 정말 크다는 점, 복지제도는 한 번 짜면 바꾸기 어려우며 복지혜택은 주고 나면 거두지 못한다는 점,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경우 복지문제에 명운이 걸렸다는 점을 깊이깊이 인식해 논의하라는 것이다. 표만 보지 말고 진정으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많은 이들이 예상하듯 다음 선거는 '복지선거'다. 총선ㆍ대선에서의 포퓰리즘을 경계하며 지양하는 복지 매니페스토(구체적인 예산과 일정을 갖춘 선거공약)를 공동 선언해 지킬 것도 권하고 싶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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