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현 정권 탄생에 기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피의자 신분이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모 대표로부터 은행대출 알선 등의 대가로 40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천 회장은 해외로 나간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모 대표가 기소되기 직전 수사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던 8월 중순, 신병치료 등을 핑계로 출국했다. 해외 도피 생활만 두 달을 훌쩍 넘겼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듯이 천 회장 출국으로 검찰은 대통령 친구의 도피를 묵인ㆍ방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로서는 출금 조치할 정도로 확인된 혐의가 없었다는 게 검찰 해명이지만 군색하게 들린다. 야당이나 구 정권 인사라면 그렇게 했겠느냐며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을 꼬집는 비난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천 회장의 세중나모 사무실에 대한 검찰의 어제 압수수색은 천 회장의 귀국 압박용으로 보인다. 천 회장 해외 도피 논란에 이어 C&그룹 비자금 사건 편파 수사 논란까지 겹치면서 검찰로서는 돌파구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왜 진작 체포영장 청구, 범죄인 인도청구 등 강제 귀국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천 회장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자진 귀국할지는 미지수다. 천 회장은 8월에 증여세 포탈 혐의로 집행유예형을 선고 받았다. 만약 이번 사건 수사로 금품수수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그는 이 대통령과 정권 핵심 인사들과의 친분을 기화로 계속 해외에 체류하며 구명을 호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현 정권에 부담만 키워주는 일이다. 대통령의 친구라면 서둘러 귀국해 검찰 조사에 응하는 것이 합당한 태도다.
검찰은 권력 눈치를 살피지 않는 수사를 해야 한다. 천 회장 비리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함으로써 수사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진행 중인 대기업 비리 수사의 의도나 공정성이 심각하게 의심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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