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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르튀르 랭보와 '문명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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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르튀르 랭보와 '문명5'

입력
2010.10.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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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위에, '랭보'라 불리는 친구가 반팔 차림으로 연구실로 뛰어들었다. 한 주에 한 번 연구실에 모여 시를 쓰는 수업에 랭보는 마지막 학생이 되었다. 춥지 않느냐고 물었다. 춥지 않다고 했다. 왜 늦었냐고 물었다. 기숙사에서 잤다고 했다. 그리고 제자리에 앉아 시를 쓰는데 한 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문명하셨습니다." 그 말을 통해 '시드마이어의 문명5'라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최근 출시된 문명5는 중독성이 강해 게임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으면 '문명하셨습니다'라고 하는 유행어까지 생겼다고 한다.

마치 마약 같은 중독성 때문에 악마의 게임으로 불리는 문명5는 과거에 존재했던 역사적 문명을 하나 선택하여 다른 문명과 경쟁하며 자기의 문명을 번성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금요일 밤에 잠시 즐기려고 게임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월요일 새벽이었다'는 경험담이 떠돌 정도다.

우리 랭보의 증언도 그랬다. 1분쯤 했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이 지났고 1시간쯤 했다고 생각했는데 10시간이 지났다고 했다. 랭보가 시 수업에 늦은 것도 아침에 잠시 게임을 실행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오후 4시가 지났다는 것이다. 나는 문명5의 내용을 잘 모른다. 걱정스러운 건 그 게임이 젊은 친구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블랙홀 같은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소름끼치도록 두렵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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