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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동방예의지국은 없다

입력
2010.10.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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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너무 없다. 에티켓 말이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고 한 마디 하고 싶은 적이 하루에도 한두 번 아니다. 우리 사회가 점점 기본 에티켓에 무뎌지고 있다. 지키지 않아도 별로 미안해하지 않고, 피해를 보고도 운 나쁜 날이라 치부하며 그냥 넘긴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이 무색하다. G20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아프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버스ㆍ지하철 자리양보 드문 일

직장인 심모(39ㆍ남)씨는 얼마 전 해외출장을 갔다가 발목을 다쳤다. 귀국한 뒤에도 한동안 깁스를 한 채 출근해야 했다. 아픈 건 둘째치고 마음이 너무 상했다. 가방에 목발까지 들고 깁스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버스나 지하철을 타도 아무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눈을 감거나 창 밖을 응시했다. 가방조차 받아주는 이가 없었다. 심씨는 “심지어 눈이 마주쳐도 다들 아무렇지 않게 외면했다”며 “우리 사회에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이 정도로 없을 줄은 몰랐다”고 한탄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어린 아이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건 만국 공통의 에티켓이다. 하지만 이 기본 에티켓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도 쉽게 무시되고 있다.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서로 몸이 부딪치거나 실수로 발을 밟는 경우도 흔하다. 사과하는 게 당연한 에티켓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지나친다. 다시 만날 일 없을 테니 그 순간만 넘기면 되니까.

에티켓은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지켜야 할 예의나 예절을 이른다. 고대 프랑스어로 ‘붙이다’라는 뜻의 ‘estiquer’에서 유래한 말로 붙여 놓고 보면서 그대로 지켜야 하는 예법이란 뜻이다. 매너라는 말과 종종 혼용되지만 엄밀히 따지면 에티켓과 매너는 구분된다. 에티켓이 공공 차원의 예의라면, 매너는 좀더 개인적인 행동방식이다. 에티켓이 좀더 상위개념인 셈이다. 에티켓은 지키지 않을 때 불쾌감이나 피해를 주지만 매너는 그렇진 않다. 이은영 이펌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에티켓을 거스르면 예의 없는 사람, 매너가 부족하면 센스 없는 사람”이라고 구분했다.

예를 들어 카페 같은 장소에서도 상석과 말석이 엄연히 다르다. 전망이 좋고 입구에서 먼 쪽이 상석이다. 호스트가 먼저 와서 말석에 자리 잡고 게스트를 기다리는 게 기본 에티켓이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이런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걸 큰 결례로 여긴다. 또 외국인을 만날 때는 영어권이 아니더라도 첫인사 정도는 그 나라 말로 해주는 게 좋다. 이런 건 매너에 속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대신 거들먹거리기만

호텔에서 일하는 윤모(31ㆍ여)씨는 올 초 황당한 고객을 만났다. 1박2일 숙박권과 식사권이 포함된 객실패키지를 이용한 여성 2명이 체크아웃을 하면서 난데없이 간밤에 시끄러워 잠을 못 잤다며 항의했다. 20대 후반쯤 돼 보였다. 숙박과 식사 등 서비스 받을 거 다 받고 나서야 뒤늦게 컴플레인을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일단 정중히 “어젯밤에 말씀하셨으면 바로 다른 방으로 바꿔드렸을 텐데요”하고 물었다.

하지만 고객들은 막무가내로 “돈을 낼 수 없다”며 계속 버텼다. 결국 그들은 30여만 원짜리 패키지를 무료로 이용하고 돌아갔다. 윤씨는 “에티켓은커녕 상식에서 벗어난 컴플레인을 하는 고객 중엔 젊은층이 더 많다”며 “이용료를 안 내려는 꼼수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호텔이나 백화점 식당 같은 곳에선 ‘고객이 왕’이다. 그러나 왕 대접을 받고 싶으면 왕처럼 에티켓을 갖춰 행동하는 게 먼저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무조건 환불해달라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합리적으로 항의하는 게 ‘왕다운’ 에티켓이다. 또 상품을 살펴보거나 설명을 들을 때는 거들먹거리지 않고 불필요하게 언성을 높이지 말아야 한다. 사지 않을 땐 “미안하다”거나 “고맙다”는 인사가 필수다. 직원이 인사하면 받아주고,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출입문에서는 뒷사람을 위해 잠시 문을 잡아주는 것도 기본 에티켓이다.

하지만 평소 안 그러다가도 고객 입장만 되면 180도 태도가 돌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김씨는 “나이 든 남자 고객들은 여직원을 부를 때 서슴없이 ‘야!’라고 외치거나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기도 한다”며 “그런 고객들은 솔직히 밉상”이라고 털어놨다.

에티켓이든 매너든 본질은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 둘째가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것, 마지막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다. 박희권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는 “광복 이후 급속히 성장하면서 성취와 속도, 경쟁에만 몰입해오다 보니 가장 기본인 에티켓을 소홀히 하게 됐다”며 “최근 우리 국민, 특히 젊은이들이 글로벌 에티켓에 대한 이해나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 곳에서나 왁자지껄 휴대폰 수다

직장인 김모(47ㆍ여)씨는 돈 좀 아끼고 걷기도 할 겸 지하철을 이용하다 요즘은 다시 차를 갖고 다닌다. 절약도 운동도 좋嗤?불쾌해서 지하철 타기가 싫어졌다. 듣고 싶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나 이어폰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화 통화야 꼭 필요한 내용이라 치더라도 기계음 소리는 정말 온 신경을 긁는다”며 “심지어 자리에 앉아 젖은 머리를 털며 말리는 여자도 있다”고 말했다.

참다 못한 김씨가 조심스럽게 불편함을 이야기하면 되레 “그게 뭐 대수냐”는 반응이 되돌아온 경우도 허다했다. 미안하다 하고 고치면 될 일을 말이다. 김씨는 “좁은 공간에 여럿이 오래 함께 있을 땐 불편하지 않게 서로 노력해야 하는 ‘기본’을 벗어난 행동”이라며 답답해했다.

같은 동양이라도 일본은 휴대전화 에티켓이 철저하다는 게 많은 외교관이나 비즈니스맨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은영 대표는 “거의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쓰는 나라에서 ‘모티켓(모바일+에티켓)’이 무시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하철보다 더 좁은 비행기에서도 에티켓은 필수다. 좌석 등받이를 눕히려면 뒷사람 상태부터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땐 앞 좌석을 잡아당기지 않는 게 기본이다. 기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노크가 아니라 표시등으로 사용 중 여부를 살펴야 한다. 여럿이 함께 탈 땐 윗사람이 마지막으로 타고 먼저 내리는 게 글로벌 에티켓이다.

에티켓은 결코 까다로운 예법이나 거창한 규범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간단하다. 상대방이 그렇게 하면 나라도 불편하거나 불쾌할 행동을 삼가는 것, 이게 바로 에티켓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노인들에 자리양보, 글로벌 에티켓일까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10대 소녀를 60대 할머니가 대뜸 꾸짖었다. 자리 양보도 안 하고 뻔히 앉아 있는 게 내심 못마땅했을 게다. 소녀는 황당해하며 “뭘 원하는데?” 하며 반말로 대꾸했다. 말다툼은 결국 할머니가 소녀의 머리채를 잡는 난투극으로 번졌다.

이달 초 ‘지하철 패륜녀’란 이름으로 인터넷을 달군 동영상 속 장면이다. 누리꾼들은 소녀가 예의가 없다는 의견과 정당 방위라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동영상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이들이 많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게 글로벌 에티켓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다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 글로벌 환경에도 적합한 에티켓의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몸이 불편하지 않은, 건강해 보이는 노인에게라도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는 게 우리 식의 에티켓이다. 민병철 G20 글로벌에티켓운동연합 이사장(건국대 국제학부 교수)는 “어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공경하는 건 일종의 전통문화”라며 “아무리 우리 사회가 글로벌화하더라도 한국식 에티켓으로 살려 나갈 만한 문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전통 예법도 글로벌 시대에 맞도록 현대화해야 한다는 게 주요 논리다. 유럽에선 보통 건강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면 ‘당신은 걸어 다닐 힘도 없어 보이니 쉬세요’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이 정도면 자리 양보가 배려가 아니라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 돼버린다.

매너컨설팅업체 HTS 김종일 대표는 “노인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건 지키면 아름다운 우리만의 미덕이지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에티켓은 아니다”며 “오히려 자리 안 비켜준다고 젊은이를 꾸짖는 게 에티켓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말했다.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건 꼭 지켜야 하는 규범 성격의 에티켓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매너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경미 한국 서비스 아카데미 원장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매너를 갖는다면 시민문화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학교의 에티켓 수업 절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물과 보호유리에 손이나 얼굴을 대지 않는다.

공연장이나 영화관에선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이야기를 삼간다.

공공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동료를 큰 소리로 부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사실 다 배웠다. 알고는 있다. 문제는 몸에 배지 않았다는 것이다. 알고도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정교육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에티켓을 가르칠 최고의 스승은 교사가 아니라 부모이기 때문이다.

에티켓 교육 필요성에 한 목소리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에 에티켓을 가르치는 교과과정은 따로 없다. 대부분 도덕이나 사회 같은 과목에서 교과내용과 관련된 공중도덕이나 예의범절을 가르친다. 김종희 경기 동인초등학교 교사는 “별도 수업시간을 두고 에티켓을 가르치진 않지만 등교부터 하교시간까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머무는 내내 생활지도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도 점점 별도의 에티켓 교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천우 서울 청원중 교사는 “방학 때 학생들과 함께 외국에 다녀왔는데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비행기 안에서 뛰어다니거나 관광지에서 사진 찍고 낙서하는 걸 예사롭게 생각하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가르치려 해도 현실은 쉽지 않다. 일단 시간적으로 교사에게 여력이 없다.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에서 교과내용 진도 나가기에도 수업시간이 빠듯하다. 마땅한 교재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에티켓 관련 서적은 어른이 보기에도 버거운 분량에 내용마저 딱딱한 게 대부분이다. 말로만 일러주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에티켓을 습관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체험하면서 배울 수 있는 에티켓 전용 교재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이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방문의해위원회는 현직 교원과 교수, 장학사, 전직 외교관 등과 함께 ‘글로벌 에티켓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교사용)’를 개발해 전국 초중고교에 보급했다. 학생들이 국가 간에 통용되는 기본 에티켓을 익혀 문화적 소양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집필위원으로 참여한 이천우 교사는 “도덕 사회 영어 같은 수업뿐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 특별활동 시간에도 교사가 필요에 따라 재량껏 활용할 수 있는 교재”라며 “흥미를 유발하고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에티켓이 필요한 상황별 워크시트 위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누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글로벌 시대에 맞는 에티켓을 가르칠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도 교육현장의 딜레마다. 지금은 우리 조상들이 지켜오던 유교식 예법과 서양식 에티켓이 혼재하는 시대다. 옛날식 예의를 고수하는 구세대와 서양문화에 익숙한 신세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어떤 에티켓을 따라야 하는지 교사로서도 헷갈리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과거 우리 식으로는 손윗사람의 얘기를 들을 때 똑바로 눈을 마주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하지만 서양에선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않는 건 그 어른에 대한 존경심이 없고 정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박경수 한국예절교육협회 사무처장은 “과거와 현대식, 동양과 서양식 예의를 접목시켜 현재 상황에 맞는 새로운 에티켓을 확립하고 보급해야 할 시점”이라며 “우리 협회가 10여 년 전부터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예절사를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배출된 예절사는 학교뿐 아니라 유치원에 파견돼 학생들에게 현대사회에 적합한 에티켓을 가르친다.

국제고를 비롯한 특수목적고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 에티켓을 익힐 수 있도록 별도 프로그램이 운영되기도 한다. 김수미 부산국제고 교사는 “외국인 교사와 학생이 직접 학교를 방문하는 문화교류를 통해 글로벌 에티켓을 실제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학부모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핵가족화가 무너뜨린 가정교육

하지만 학교나 협회의 어떤 프로그램도 가정교육만 못하다는 게 교사를 비롯한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정에서의 에티켓 교육이 무너지기 시작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단연 핵가족화가 꼽힌다. 대가족 체제에서는 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며 예의와 에티켓이 몸에 배도록 교육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런 자연스러운 배움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핵가족 가정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부모가 되면서 이 현상은 계속 대물림되고 있다. 저출산 역시 가정의 에티켓 교육을 흔든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회초리를 들기보다 사소한 잘못은 오냐오냐 눈감아주는 부모가 많아졌다.

박경수 처장은 “에티켓을 비롯한 인성교육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이뤄져야 하는데, 가정이나 유치원에서도 영어 같은 지식 위주의 교육이 더 중요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김종일 STH 대표, 13년째 외교관에 '에티켓 강의'

“한국에서 제일 지켜지지 않는 게 바로 ‘레이디 퍼스트’에요. 강의할 때 레이디 퍼스트를 강조하면 어떤 남자분들은 버럭 화부터 내세요. 그럴 거면 뭐 하러 결혼하냐면서 말이죠. 레이디 퍼스트는 몇몇 매너남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꼭 지켜야 할 글로벌 에티켓입니다.”

올해로 13년째 외교관에게 글로벌 에티켓을 가르치고 있는 김종일(53) HTS 대표는 특히 40∼50대 한국 남성들이 에티켓에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가정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여성을 배려하는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데, 집에 들어가면 대접받는 데만 익숙한 한국 남성들이 어디 그러나요. 일본만 해도 최근 많이 달라졌는데 말이죠.”

한국 여성도 에티켓에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특히 여러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 악수할 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어색해한다는 것.

“손을 잡는 것에 한국 여성들은 참 인색해요. 글로벌 인사법인데도 말이죠. 직위나 나이가 비슷한 남녀가 악수할 땐 여성이 리드하는 게 기본 에티켓이에요.”

1981∼2000년 호텔에서 일하며 익힌 에티켓과 매너를 체계적으로 다듬어 교육하기 시작한 10여년 전만 해도 에티켓은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많이 달라졌지만 김 대표가 보기에 아직도 ‘진짜 글로벌화’는 멀었다.

“에티켓만 보면 그래요. 과거 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한 방향이었어요. 집에 온 가장은 헛기침 한번 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잖아요. 반대로 서양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일찍부터 익숙했죠. 가벼운 대화가 많고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니까요.”

에티켓의 근본 목적은 관계와 소통이다. 한 방향 커뮤니케이션으로는 상대를 배려하고 소통할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철학이다.

“에티켓 초보들은 날씨나 상대방 칭찬 같은 가벼운 ‘스몰 토크’가 없어요. 외교협상이나 비즈니스 자리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죠. 무조건 본론부터 얘기하고 봐요. 대화할 때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몸 동작도 기본 에티켓인데, 참 인색하죠.”

그래도 요즘은 일반 기업이나 대학에서도 강의 요청이 늘고 있단다. 그만큼 사회 구성원 각자가 에티켓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순간 불편해도 남을 먼저 배려하면 다음에는 내가 상대방에게 그만큼 배려를 받는 사회, 그게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입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꼭 챙겨야 할 글로벌 에티켓 과 매너 !

● 시간 관념

남성은 여성에게, 젊은이는 연상에게 특히 약속시간을 엄수해야 한다.

홈파티나 가정집에 초대받았을 땐 초청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하는 게 미국식 매너다. 유럽에서도 대부분 이 정도 늦는 건 괜찮게 여긴다.

● 인사와 소개

동석한 사람을 소개하는 건 주인이 손님에게 먼저 한다.

주인이 마실 것을 권할 때 “아무 거나”라는 답변은 되도록 피한다. 주인이 내놓는 것 가운데 본인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

악수할 때 왼손으로 상대의 손을 맞잡고 굽실거리는 건 서양식에선 매너가 아니다.

명함을 받은 즉시 호주머니에 넣지 않는 게 비즈니스 매너다.

● 모임이나 회의

호스트 부부가 나란히 앉는 건 가급적 피한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설 때 분명히 목적을 밝힌다.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뜨면 오해 받기 십상이다.

넥타이핀은 국제무대에선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 식사 시간

팔꿈치를 식탁 위로 올리지 않는다.

지나치게 맛있게 먹는 모습은 자제한다.

냅킨은 가운데보다 귀퉁이 쪽을 사용하고, 자리를 뜰 땐 의자 위나 테이블에 놓는다.

● 길거리에서

남성이 두 여성과 함께 걷거나 앉을 때 여성들 사이에 끼지 않는다. 단 길을 건널 때만은 가운데서 두 여성을 모두 보호하는 게 좋다.

‘레이디 퍼스트’ 호의를 받은 여성은 우물쭈물 하지 말고 미소나 목례로 답한다.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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