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잡이에게 ‘물이 올랐다’는 평은 최고의 찬사다. 그렇지만 인천의 특급 스트라이커 유병수(22)에게는 ‘물이 올랐다’는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경이적인 골 결정력을 보이고 있는 유병수는 ‘경기당 1골’이라는 ‘꿈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프로 데뷔 2년 만에 최정상급 골잡이로 거듭난 유병수의 흥미로운 도전을 들여다 봤다.
고교 땐 ‘경기당 2골’ 기록한 천부적인 골게터
리그 25경기 22골이 올 시즌 유병수의 성적표다. 득점왕을 이미 예약한 유병수는 남은 3경기에서 6골을 넣는다면 28경기 28골이 꼭 채워져 경기당 1골이라는 ‘꿈의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현재 유병수의 경기당 0.88골의 수치도 대단하다. 유병수는 남은 3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역대 득점왕 중 최고의 경기당 득점 수치를 기록하며 리그를 마치게 된다. 2005년 마차도(울산)의 경기당 0.76골이 이전까지 최고였지만 유병수는 골을 추가하지 못해도 경기당 0.79골이 된다.
‘꿈의 기록’에 대해 현실적으로 한 발 물러서 있지만 포기는 없었다. 유병수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3경기 6골은 힘든 것 같다. 그렇지만 골을 넣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한번 넣어봐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유병수는 고교 때 마치 밥 먹듯 경기마다 골을 터트렸다. 2005년 백록기 전국고교대회 6경기 12골(경기당 2골), 추계연맹 7경기 11골로 괴력을 선보인 바 있다. 물론 대회 득점왕도 유병수의 차지였다. 그는 “2008년 홍익대 시절에 전국대학선수권에서 5경기 6골을 기록해 팀 우승에 기여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독기’와 ‘보약’의 밸런스 유지가 관건
무서운 골잡이 유병수도 올 시즌 초반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리그 7경기에서 침묵한 것. 그는 “7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하다 보니 ‘아 이게 2년차 징크스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너무 힘들고 짜증났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는 ‘독기’를 품고 ‘2년차 징크스’를 뻥 차버렸다. 유병수는 “‘지난해처럼 해보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체중 조절은 물론이고 훈련 방식과 패턴 등을 모두 바꿀 정도로 독해졌다. 마침 포항전에서 4골을 넣어 잊어버렸던 골 감각과 자신감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유병수가 골 퍼레이드를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적절한 ‘보약’ 섭취 때문이다. ‘보약’은 다름 아닌 휴식. 그는 “특별한 취미가 없고 축구만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충분한 휴식을 통해서 다음 경기를 대비한다”며 “지난해 처음으로 1년 풀타임을 뛰어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올해는 적절한 휴식으로 체력을 관리한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정무 감독의 부임은 유병수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유병수의 최대 장점은 ‘빼어난 골 결정력’이다. 하지만 활동량 부족과 골문에서의 제2, 3동작 부족은 단점으로 꼽혔다. 허 감독은 유병수의 단점을 보완, 골게터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유병수는 “‘이쯤 하면 됐겠지’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허 감독님이 부임했고, 문전에서 움직임이 더 좋아지다 보니 리그 막판에 골을 많이 넣을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유병수는 득점왕 예약으로 이제 하나의 목표 달성에 다가섰다. 하지만 A매치 골, 월드컵 출전, 해외 진출, 해외리그 득점왕 등 무수한 목표들이 유병수를 기다리고 있다. K리그를 정복한 유병수가 앞으로 어떤 골잡이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