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인수를 통한 대형 대부업체의 제도권 금융 진입이 초읽기 단계에 진입했다. 일부 업체는 저축은행측과는 매수 협상을 끝낸 상황이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만 통과하면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
이들 업체는 저축은행의 수신기능을 기반으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저 신용자' 위주의 소액 신용대출 노하우를 저축은행 영업에 접목시킬 예정이어서, 서민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계 자산순위 1위인 러시앤캐시가 최근 중앙부산저축은행과 인수 계약을 마쳤다. 러시앤캐시는 이전에도 예쓰저축은행 인수 직전까지 갔으나 올해 5월 검찰 수사로 최종 인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대주주에 대해 제기된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만큼 다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앤캐시는 곧 금융당국에 인수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며, 최종 승인이 나면 대부업체로는 최초로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된다.
이밖에도 대부업계 순위 3위인 웰컴크레디트라인이 충북 서일저축은행 등을 인수 후보로 올려 놓고 있으며, 4위인 리드코프도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 중이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대부업 금리 상한이 올해 7월 연 44%로 이전보다 5%포인트 내린데 이어 내년에도 5%포인트 추가 인하될 예정이어서 기존의 사업 구조로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업체들은 ▦평균 조달금리가 연 13%로 매우 높고 ▦대다수 이용자들이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여서 고금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저축은행 수신기능을 이용해 연 5% 자금을 조달 받을 경우 금리 상한이 낮아져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부에서는 대형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한다면, 이들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금리를 20%대까지 낮출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부업체의 업계 진입에 대해, 기존 저축은행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출 위주인데도 대손율이 5% 전후에 불과할 정도로 대형 대부업체의 소액 신용대출 노하우는 대단하다"며 "낮은 수신금리에 이런 경쟁력을 더하면 기존 저축은행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등록 대부업체와 미등록 대부업체를 구분하지 못하고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에 부정적 평판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의 입장은 일단 긍정적인 편이다. 소액 신용대출을 주업으로 해 온 대부업체가 진출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위축된 저축은행 업계에 활력이 될 뿐만 아니라 낮은 금리에 서민대출이 가능하다 것이다.
한 관계자는 그러나"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한 후에도 고금리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아 검사ㆍ감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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