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체육이 혁명적인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수십 년 간 유지해온 전국규모 토너먼트 대회가 폐지되고 주말과 공휴일에만 경기를 하는 이른바 주말리그제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 농구에 이어 최근 고교 야구도 내년부터 주말리그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주말리그제 도입 취지는 운동선수도 공부를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나중에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사회의 열등생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사실 운동 선수들은 그 동안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도 졸업장을 손에 넣는 일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중도 포기한 선수들은 갈 곳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새롭게 공부를 하려고 해도 막막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주말리그제로의 전환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부는 학교체육이 주말리그제로 전환되면 승리에만 집착하는 스포츠에서 벗어나 즐기는 스포츠로의 토대가 마련되고 급격히 늘어나는 유소년 클럽팀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반대론자들은 지금까지 한국을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이끈 원동력이 토너먼트대회를 통해 걸러진 엘리트 선수중심 체육이었는데, 주말리그제로 간다면 스포츠의 저변은 확대될지 모르나, 경기력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운동선수들에게만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반 학생들에겐 운동을 하건 안 하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체격은 몰라보게 나아지고 있지만 체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들은 오히려 일반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불러모아 운동을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체육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토너먼트 시스템하에서 운동선수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대회의 대부분이 학기 중 평일에 개최되어 수업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회출전에 따른 수업결손에 대해서 보충수업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형식적인 수업에 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부모와 일선 지도자들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주말리그에 대해서 80%가 만족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주말에만 경기를 하기 때문에 미비점을 보완해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있고 선수들이 혹사당할 이유도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특히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개인성적과 팀 성적을 합산해서 특기생을 뽑기 때문에 소속팀 성적만을 놓고 선발하던 과거에 비해 대학진학의 문이 더 넓어졌다는 것도 환영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테니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주말리그제 전환이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 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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