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연임을 한 것이 잘못인 것 같다."
조기 퇴진 결심을 굳힌 라응찬(한국일보 27일자 참조) 신한지주회장이 이 같은 후회의 변(辨)을 밝혔다.
라 회장은 27일 아침 신한 지주 계열사 사장단모임인 '수요 CEO' 미팅에 참석, 올해 초 4연임을 한 것을 크게 후회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은 이어 사장단에게 "새로운 체제 하에서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는 말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라 회장은 3연임이 끝나는 올 초 주총에서 회장직을 그만 둔 뒤, 신상훈 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재일동포 주주들의 만류 등을 이유로 그는 4연임에 들어갔으며, 일각에선 이번 신한 경영진 내분사태가 라 회장의 4연임 이후 야기된 후계구도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한 관계자는 "라 회장이 수요 CEO미팅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라 회장이 사장단 모임에 참석해 이런 말을 밝힘에 따라, 신한 내부에선 30일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라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편 라 회장은 이날 오전 신상훈 사장, 이백순 은행장과 만나 '3자 동반 퇴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3자 회동은 신한 사태 발생 이후 처음 있는 일. 라 회장은 이 자리에서 "조직에 큰 영향을 줘 마음이 아프다. 3인 모두 책임질 있으면 책임져야 하고 조직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사실상 3자 동반퇴진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신 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발 사건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퇴진할 수는 없다"며 "검찰조사에서 옳고 그른 것을 가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것이다"고 말해 라 회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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