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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주년' 독일통일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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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주년' 독일통일 유감(有感)

입력
2010.10.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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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전을 보면 '정주년'은 " 주로 열 돌, 스무 돌과 같이 열을 단위로 하여 의의 있게 맞는 주년. 다섯을 단위로 할 때를 이르기도 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지난 10일은 북한의 당창건 65주년으로 '정주년'에 해당하여 대대적인 기념 행사와 더불어 주민에게도 대규모의 음식 등이 공급되었다.

많은 연구성과 축적해 온 20년

9년이나 10년이나 별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고 야단법석을 하는 북한을 보면, 정치ㆍ사회적 쇼윈도인 평양을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동상과 혁명조형물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 여러 가지로 고달픈 북한주민들을 통합하기 위하여 정치적 상징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이 떠올라서이다.

개인적으로 30대나 40대라 불리우는 것이 싫어 갑자기 '만 나이'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시답지 않게 생각하기에 더욱 그러하겠지만, 시간의 흐름도 단절적인 경우도 없지 않고 무엇보다 일정 시점을 잡아 지난 과거를 돌아본다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이러한 까닭에 '정주년'을 중시하는 것은 북한 뿐은 아니다. '한국전쟁 60주년'을 포함하여 올해는 북한이나 통일 분야와 관련해서 '정주년'이 많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독일통일 20주년이다. 독일에서도 행사가 많았지만 한국에서도 언론의 특집물과 독일통일 관련 세미나가 줄을 이었다.

20년 전 독일이 통일하였을 때는 부러움이 대세였다. 같은 분단국으로서 우리도 곧 통일이 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기도 하였지만, 곧 바로 천문학적이라고 알려진 통일비용과 만만치 않은 통일 후유증에 두려움을 갖게 되기도 하였다. 이후 독일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독일 통일을 보다 성찰적으로 보는 분위기도 생겨났고, 다양한 차원에서 독일 통일을 분석하는 학문적 성과물도 축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결과 통일이 단순한 법적 제도적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ㆍ경제적 차원 못지않게 사회문화적 통합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통일 15주년에는 통일 직후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ㆍ서독 주민간의 심리적 거리감은 확대되었다는 우울한 여론조사도 접하였고,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동ㆍ서독의 경제적 격차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동ㆍ서독 삶의 균형이 이루어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예상과 달리 과거 동독의 공동체적 삶이 동독 출신만의 향수가 아니라 서독 출신 주민들의 바람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사실 예전에는 독일 통일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크지 않았다. 분단국가라는 사실만 동ㆍ서독과 남ㆍ북한이 공유하는 특성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우리와 달리 독일은 전쟁을 겪으면서 수백만을 서로 죽인 것도 아니었고, 제한적이지만 이주를 포함하여 왕래가 꾸준하였고, 심지어 서로의 방송을 시청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 별 문제없어 보였던 독일도 분단의 트라우마(trauma)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다시 독일문제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즉, '타산지석'으로 독일 통일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반공의 승리'로만 보는 건 잘못

그런데 20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의 주류적 사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독일통일을 반공의 승리로 기억하고 있으며, 한때 망상으로 평가 받았던 북한 붕괴론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독일 통합과정에서 겪었던 정치, 사회, 경제적인 지난함은 단지 '돈'의 문제로 환원되어 '통일세'만 강조하고 있다. "서독이 독일을 대표하는 것으로 가르쳐서는 안 된다"라는 분단시기 서독의 통일교육 지침과 같은 통일준비 노력은 무시되고 안보관의 강화를 새로운 통일교육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기억한다면 '정주년'의 의미 부여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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