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는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다. G20은 세계에서 국력이나 국격(國格)이 '20위권 정도'되는 나라라고 여긴다. G20회의를 주재하게 된 우리도 간단한 나라는 아니다. 그 회의가 열리는 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근방에 일반인은 얼씬도 못하게 하는 정부 방침을 이해하고, 불만이 없을 수 없는 승용차 홀짝제에도 "할 수 없지"하며 수용하고 있다. 국제적 상황에서 그렇게 뒤지지 않는 대한민국이 꼴찌로 가입한 국제기구가 최근에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가 잘 알지만, 그 산하의 개발원조위원회(DAC)는 낯설다.
■ 우리가 DAC에 가입된 것은 지난해 11월 말. 그 토대인 OECD는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며 입만 열면 인용하는 국제기구다. OECD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16개 국가가 미국의 마셜플랜(유럽 부흥계획)을 수용키로 합의하면서 기구(유럽경제협력기구ㆍOEEC)가 됐고, 전후 미국과 캐나다, 1990년대 멕시코 한국 칠레, 2000년대에 유럽 주변국들이 모두 들어가 '웬만큼 먹고 살 만한 32개국가의 모임'으로 확대됐다. 그 OECD가 '먹고 살기 힘든 국민'을 위해 만든 게 DAC이다. 우리가 24번째, 현재까지 꼴찌로 가입해 있다.
■ 정확히 1년 전 OECD가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한민국을 DAC회원국으로 인정했을 때 우리 외교부는 크게 감읍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공적 개발원조(ODA)를 국민순소득(GNI)의 0.25%수준까지 확대키로 한 약속을 당연히 준수하겠다"고 성명까지 발표했다. 뒤늦게 OECD에 가입했지만 '먹고 살 만한 32개국'에서 '남을 돕는 24개국'으로 정치ㆍ경제ㆍ외교적 위상을 보장 받았기에 '0.25%의 약속'을 철석같이 다짐한 것은 당연했다. OECD도 그에 화답해 "한국의 국격이 세계 20위권으로 높아졌다"며 이례적으로 찬양 논평을 냈다.
■ 그러나 우리는 OECD나 DAC에 대해 낯이 서지 않는 상황에 처해 버렸다. 엊그제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는데, '0.25%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24개국 평균의 3분의 1 정도로 때우고, '0.25%'는 5년 후부터 가능하다며 '배째라'를 외치는 모양이다. 화장실 갈 때와 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지만, 1년도 안 되어 철석같이 한 국제적 약속을 팽개친 이유가 알쏭달쏭하다. 우리나라도 남의 도움을 받아 지탱해 오지 않았던가. 어려운 상황이 생겼다면 DAC에 공개적으로 양해를 구하는 게 옳지 쉬쉬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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