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군 내 동성애에 대한 군 형법상의 처벌규정을 위헌으로 입장을 정리함에 따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방부는 “군의 특성을 모르고 내린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인권위는 27일 “‘계간(鷄姦ㆍ동성애)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92조5항은 인권침해 요소를 가진 위헌적 조항”이라며 “이른 시일 내 이 같은 입장을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의 제청에 따라 이 조항의 위헌여부를 심사중인 상황이어서 인권위의 판단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시민단체인 군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검토해 줄 것을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해당조항은 1962년 제정됐으며 지난해 11월 개정을 통해 ‘1년 이하’에서 ‘2년 이하’로 징벌수위가 강화됐다.
인권위는 앞서 25일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를 열어 “동성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마저 처벌하는 해당 조항은 평등권에 어긋난다”며 “동성애가 전투력 및 군기저하와 관련이 없음에도 형사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에도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특히 인권위는 군 내 이성간의 성관계에 대한 처벌에 비춰봐서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군은 최근 물의를 빚은 레바논 파병 동명부대 내 장교 간 성관계에 대해 징계조치만 취했다. 더욱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합의에 의한 동성애로 처벌을 받은 예가 3건(총 4건 중 1건은 기소유예)에 불과해 해당조항의 실효성도 떨어지고 법의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게 인권위 입장이다.
국방부는 동성애 처벌조항 폐기는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은 군기 및 건전한 군생활 유지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계급관계 등의 군 특성상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시민단체인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정성희 사무국장은 “인권위의 의결대로라면 부모 입장으로서 자녀를 군대에 보내기 싫어할 수도 있다”며 군 입장에 동조했다. 이 단체는 조만간 인권위 규탄 시위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 하고 있다.
반면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동성애자의 군 활동을 인정하는 세계적 추세를 보더라도 해당법률은 시대착오적이며 낙후된 인권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동성애와 관련)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정책을 유지하는 미국 국방부는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허용하나 ‘커밍아웃’시 강제전역 시키는 수준의 징계조치를 취하고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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