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에 어떤 메뉴들이 올랐고, 어떤 대화들이 오고 갔을까.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시작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6일(현지시간) 오후 샌프란시스코에서 추가 협상을 위한 첫 공식 회의를 가졌다. 회담은 5시간 정도 진행됐는데, 두 사람은 27일 오전에도 한 차례 더 협상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길지 않은 접촉이지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에 협의를 끝낸다는 미국측 목표를 감안할 때 쇠고기, 자동차 등 현안 이슈들이 모두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절충점 찾을까
김 본부장은 26일 오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한 두 차례밖에 만나지 못하므로 곧바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면 서서히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양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기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양국 모두 타결을 원하는 만큼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대 쟁점은 미국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자동차와 쇠고기다. 미국측은 자동차 분야에서 환경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한편, 쇠고기에 대해서는 연령ㆍ부위와 관계없는 수입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금껏 “미국이 공식 제안을 해온 것은 없다”고 밝혀왔지만, 물밑 협상을 통해 절충점을 찾는 작업이 진행됐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자동차는 국내 판매량이 적은 완성차 업체에 대해서는 연비나 온실가스 배출량 등 환경규제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9월말 환경부가 입안 예고한 ‘연비ㆍ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고시’에서는 ‘국내 판매량이 소규모인 제작사’에 대해 별도 기준을 적용키로 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 부문의 핵심 쟁점은 판매량과 예외에 대한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로 모아진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기준이 정해지더라도 협정문을 수정하거나 부속서한에 담지 않고 양국 국내 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정문은 단 한 글자도 고치지 않겠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쇠고기는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적으로 워낙 인화성이 큰 사안인 탓에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우리 정부가 미국 요구의 일부라도 받아들일 경우 ‘제2의 촛불’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쇠고기 문제는 FTA가 아닌 다른 채널로 이면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커지는 논란
추가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야권과 FTA 반대진영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7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를 만나“미국이 쇠고기와 자동차 관련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만약 이런 것이 한미간 균형을 깨는 관계로 발전한다면 양국 통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야당의 대응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 것이라고 봐야 된다.
밀실 협상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협상 중에 공개되면 불리하다’는 논리로 협상 진척 상황과 내용을 일반에 알리지 않고 있으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협상을 해놓고 무조건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부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이 미국측에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 신범철 경기대 교수는 “일본은 이해관계자와 사전에 충분히 논의를 거친 뒤에 FTA 협의에 나선다”며 “나중에 유리한 결과만을 알려주는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면 계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협정문을 손 대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면 계약이 이뤄진다면 검증할 방법도 없는 것 아니냐”며 “어차피 쇠고기는 양국이 공개적으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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