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시월 한파로 캠퍼스 풍경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가을옷에서 두툼한 겨울옷으로 갈아입은 학생들이 총총걸음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사범대학 교육관 앞 느티나무는 시시각각 붉어지는 것 같다. 마산 바다는 추위로 입을 꽉 다문 푸른 입술 같은데 하늘은 눈이 시리게 맑다.
정남(正南)으로 앉은 강의실이라 따뜻하지만, 너무 일찍 찾아온 추위에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금빛 햇살도 제 체온을 잃은 것 같다. 지난 밤 추위에 동사한 50대가 있었다는 뉴스에 마음에 살얼음이 언다. 3명의 윤리 교사를 뽑는데 300명에 가까운 응시생이 몰린 중등교원 임용고시를 치르고 돌아온 제자에게 차마 시험 이야기는 묻지 못하고 "춥지?"라고 묻는데 대답 대신 살짝 미소만 보여준다.
'아득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가 보다. 마음이 자꾸 아득해진다. 오늘 밤은 또 얼마나 추울까. 추워서 잠들지 못할까. 목월 선생의 동시 '겨울밤'의 한 구절을 중얼거려본다. '쩡 울린 저 소리는/ 추위에 날무대가리가 터진 게지./ 추위에 독이 갈라진 게지.' 금요일부터 날씨가 풀린다고 하지만 아직 시월이 끝나지 않았는데, 아직 입동(立冬)에 들지도 않았는데 아주 길고 혹독할 것 같은 올 겨울을 어떻게 견딜까 싶다. 하지만 오늘밤엔 일어나 별을 봐야겠다. 추울수록 빛나는 밤하늘 별을 봐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