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안 하면 쫓기는 기분이 들고 죄 짓는 느낌마저 들어요.”
의약품 회사 영업사원 시절부터 생활이 어려운 심장병 아이를 돕기 시작해 20여 년간 남몰래 선행을 베푼 안병광(52) ㈜유니온팜ㆍ약품 회장은 “봉사에 중독된 것 같다”고 했다.
의약품 유통업체 CEO로 심장병 어린이와 노인요양원, 결손가정에 44억 원 상당의 약품을 지원해오고 있는 그의 선행은‘2010 서울시 봉사상’공동대상 수상자라는 결실로 이어지게 됐다.
그의 봉사는 20년 전 경기 부천세종병원 병동에서 시작됐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던 그는 알고 지내던 의사로부터 가난한 농부가정의 여자 아기가 심장판막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가 없다는 딱한 사정을 듣게 됐다. “하얀 얼굴의 세살짜리 아이가 응급차에서 내렸어요. 입술이 파랗고 한겨울에도 머리가 흥건히 젖어있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안 회장은 당시 꽤 큰 금액이었던 240만원을 이 여아 치료비로 선뜻 전달했다. 여아 엄마와 함께 6시간동안 수술실 앞을 지키면서 완치 기도를 했다. 하늘도 무심하지 않았는지 여아는 열흘 만에 퇴원했다. “수술이 잘된 아이가 처음으로 웃을 때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의 봉사릴레이는 이후 본격화 했다. 안 회장의 정신적 가족은 영등포 쪽방촌에도 수두룩하다. 모친이 심장병으로 숨진 3년 전부터 이곳 독거노인과 어르신들을 위해 감기약과 항생제, 고혈압치료약 등 4억원 상당의 생활상비약품을 지원하고 있다.
그의 수첩엔 ‘12월19일 이불 100채 사서 쪽방촌으로’내용의 메모가 적혀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 가 도배를 하고 따뜻한 겨울용 장판도 깔 작정이다.
2000년 회사수익의 1% 이상을 심장병 환자에게 지원한다는 선언을 하면서 그의 봉사경영 신조는 일상화했다.
경희대 인제대 등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농촌무료진료에 필요한 의약품도 지원하고 있다. 수재의연금, 천안함 순국자 성금기탁 등 이웃사랑 이력은 헤아리기 힘들다.
국내에만 봉사의 시선이 고정된 것도 아니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유엔이보내준 회충약을 먹지 않고 자란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사회복지법인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조선족, 고려인, 베트남 라이따이한들의 건강을 위한 5억원 상당의 기부도 실천했다.
안 회장이 생각하는 봉사철학은 의외로 단순했다. “아픈 환자들이 있었기에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환자들에게 좋은 약품을 돌려주는 식으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꿈은 막내아들을 훌륭한 의사로 키워 ‘오는 환자 돌려보내지 않는’ 존경 받는 병원장 만드는 것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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