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가 과학을 가르친다?
농담 같지만 실제상황이다. 미국 하버드대가 개설한 '사이언스 앤 쿠킹' 클래스가 새로운 과학수업 방식으로 조명 받고 있다. 10여명의 유명 셰프와 물리학자, 화학자가 돌아가면서 강의하는 이 수업엔 하버드대 학부생 400여명이 몰렸다.
학생들은 셰프와 함께 과일젤리와 세비체(해산물 전채요리), 아이스크림 같은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물리학과 화학, 역학, 수학 등을 전공한 교수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적용되는 여러 가지 과학적 원리를 찾아내 소개하는 식이다.
최근 수업에서 데이비드 위츠 물리학과 교수는 스테이크를 스프링에 비유했다. 스테이크는 웰던, 미디움, 레어 등 익히는 정도에 따라 압력을 가했을 때의 두께가 달라진다. 물리적 성질인 탄성이 변하기 때문이라는 것. 위츠 교수는 이게 "스프링에 압력을 가할 때의 탄성 변화와 유사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스파게티 요리 과정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손목으로 냄비를 잡고 면을 들었다 올렸다 할 때 면이 얽히면서 표면의 마찰력이 점점 증가한다. 면 표면에 묻어 있던 액체 소스는 점성이 늘면서 젤 상태로 변한다. 이 때문에 면이 떨어지는 속도가 조금씩 느려진다는 설명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셰프들의 반응도 좋다. 아무리 유명한 셰프라도 자신의 레시피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기란 어렵다. 이 수업에서 배운 과학 원리로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높다. 실제 유명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랜트 애커츠 셰프는 수업에서 알게 된 '디저트 기하학'을 응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이언스 앤 쿠킹 클래스는 11월까지 3개월간 진행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