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의 해후. 가슴 한 구석 포크의 감성을 간직한 30, 40대에게 반가운 얼굴들이 11월 서울 대학로에서 릴레이 콘서트를 갖는다. 소식이 궁금했던 장필순, 김광진, 동물원, 한영애가 다음달 1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동숭동 소극장 ‘이다.’ 무대에 오른다. 연극과 뮤지컬에 밀려 대학로에서 멀어진 소극장 콘서트 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마련된 ‘라이브열전 In 대학로’ 프로그램의 일부다.
10여년 전 대학로는 통기타를 멘 가수들과 툭툭 어깨를 부딪으며 걷던 정겨운 거리였다. 고 김광석, 안치환, 동물원, 여행스케치, 한동준, 이은미, 김장훈, 이소라, 윤도현 등등의 콘서트가 매일같이 열렸다.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있는 동료들의 공연에 우정 출연하느라 하루 4~5개 무대에 오르는 ‘게스트 투어’ 스케줄을 소화하는 가수도 있었을 정도. 이제 바랜 추억이 된 얘기들이다.
16~18일 무대에 오르는 장필순의 공연 타이틀은 ‘8년이 지난 지금’이다. 2002년 이후 공식 활동을 하지 않은 장필순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맏언니. 요조, 한희정 등 지금 인디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은 장필순을 롤모델로 꼽는다. ‘어느새’ ‘여행’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 촉촉한 감수성을 허스키한 목소리에 담았던 그가 8년 동안 묵힌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바통을 이어 받아 19~21일 그룹 ‘더 클래식’ 출신 김광진이 콘서트를 연다. 동화적 판타지로 가득한 ‘마법의 성’을 만든 그는 현재 펀드매니저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동준, 이소라, 이승환, 성시경 등의 노래를 작곡하는 등 음악 활동도 꾸준히 해 왔다. 아내가 노랫말을 만든 곡의 제목 ‘편지’를 공연 타이틀로 삼았다. 김광진은 세월을 뛰어넘는 소년적 감성을 나눌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엄친아 밴드에서 직장인 밴드로 곱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동물원은 23~25일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무대를 마련한다.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상실과 체념의 젊은 가슴들을 ‘혜화동’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변해가네’ 등의 서정성 짙은 노래로 위로했던 그들이, 다시 깊어가는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한 통의 편지를 써서 부친다.
마지막 순서(26~28일)는 한영애다. 무대 위에서 좀체 다른 이의 노래를 부르지 않는 그가 고인이 된 옛 친구들의 노래를 부르는 ‘발라드 인 한영애’를 마련한다. 유재하와 김현식, 그리고 작곡가 이영훈이 만든 추억의 발라드곡을 그의 스타일로 해석해 들려준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6시, 일요일 5시. 문의 (02)762-0010.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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