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미국 수도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에 들어설 ‘코리안 벨 가든(Korean Bell Garden)’조성사업을 진두 지휘해 온 이정화(55) 한미문화재단 이사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공원의 상징물로 놓일 범종 주물제작 공정이 한창인 충북 진천 성종사 등을 살피기 위해서다. 27일 만난 그는 “주물 형틀 공정을 둘러보고 왔다”며 “한국을 잘 모르는 한인2세들에게 우리 뿌리를 알려주고,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 흥분된다”고 말했다.
코리안 벨 가든은 미국 이민 100주년인 2003년 한인사회에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만한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모이면서 시작됐다.
이 사업을 위해 2005년 122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비영리단체 한미문화재단이 만들어졌고, 이 이사장은 6년째 이 단체를 이끌어왔다. 재단은 한인 10만여 명이 거주하는 버지나아주 페어팩스카운티 내 메도우락공원 내에 한미 우호를 상징하는 무게 3톤, 높이 2m 규모의 ‘평화의 종’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십장생(十長生) 부조 등으로 1만8,000여㎡의 공간을 조성해 주 정부에 기증키로 했다.
“25만 달러를 낸 익명의 사업가 등 한인 기부금과 한국 정부 보조금으로 45만달러(한화 약 5억원)로 초기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어요. 그런데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던 거죠.”주 정부가 다양한 인종이 누리는 공원 내에 한국만의 공간을 내줄 수 없다는 거였다. “무척 난감했어요. 다행히 지한파인 현지 미국인 행정가들의 도움으로 부지를 확보하게 됐죠.”
공원은 현재 소나무 무궁화 은행나무 등 한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수종들로 막바지 조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추가 기금이 조성되면 한글공원, 거북선 모형 분수 등을 설치하는 2차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공원이 완공되면 광복절, 3ㆍ1절 기념식도 열고, 매년 5월에 한국을 알리는 한국문화의 날을 만들어 행사도 치르겠다”며 “버지니아주에 소수 민족이 조성한 첫 공원인 만큼 미국 주류 사회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이사장은 7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으며, 현재 프랑스 생명보험ㆍ자산관리회사인 AXA의 버지니아지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버지니아 주정부 아시아 태평양 자문위원, 워싱턴 가정법률상담소 이사장도 맡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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