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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오바마, 논리 보단 감성으로 유권자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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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오바마, 논리 보단 감성으로 유권자에 호소

입력
2010.10.2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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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매우 상처받고 겁에 질려 있습니다. 이유는 정치가 잘 되지 않고, 사실과 과학이 두려움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노와 좌절, 공포가 이 나라를 휩쓸고 있습니다. 문제는 희망이 공포를 이길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최근 보스턴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와 타운 홀 미팅에서 한 말이다.

중간선거를 코 앞에 두고 지원유세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요즘 입에 자주 올리는 말이 있다. 공포 분노 좌절 두려움 걱정 불확실 불안감 실망... 모두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들이다. 평소 이지적이고 논리정연한 화법을 구사해 현실정치에 너무 초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니라 신경정신과 의사가 됐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린다.

오바마 대통령의 톤이 바뀐 것은 경제위기로 분노하는 유권자들을 논리만으로 설득할 수 없다고 본 때문이다. 함께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끌어내고, 더 나아가 고통을 준 원인제공자가 전임 공화당 정권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이번 선거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정책과 위기를 수습하려는 정책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싸움”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공화당에 대한 역공도 여기서 시작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분노와 좌절을 부추기지 않았다면 국민은 우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화당은 어려운 시기에 무조건 ‘노’를 외치면 표를 더 얻을 수 있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난한다.

베일러 대학의 커뮤니케이션ㆍ화법 전문가인 마틴 메드허스트 교수는 “감정을 드러내 유권자들과 동일시하려는 것은 힘든 시기에 자주 등장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신경과 의사를 자처한 경우는 과거에도 많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공화당의 실정을 이어받아 경제위기의 험난한 시기를 거친 민주당 대통령이 주로 많이 써먹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확신의 위기”라는 말로 유명세를 탔고, 빌 클린턴 대통령은 “나 역시 당신의 고통을 느낍니다”라는 말로 국민을 다독였다. 대공황을 겪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아예 ‘노변정담(Fireside Chatㆍ爐邊情談)’이라고 이름 붙인 라디오 연설을 통해 실업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전략에 대한 보수권의 반응도 신랄하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이자 네오콘(신보수주의) 이론가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오바마 증후군’을 유권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조롱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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