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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보트, 영화 같은 金빛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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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보트, 영화 같은 金빛 도전기

입력
2010.10.2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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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울리는 북소리가 고요한 강가를 깨운다. 일정한 리듬에 맞춰 22명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허얏 허얏'의 기합 소리는 뱃노래 가락이 돼 물결과 함께 출렁인다.

드래곤보트의 훈련 장면은 한 폭의 그림을 옮겨 놓은 듯했다. 용머리를 앞세워 물길을 헤쳐나가는 북잡이, 노잡이, 키잡이 22명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27일 경남 김해 카누 훈련장에서 만난 드래곤보트 대표팀은 낯선 용을 정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선수들이 패들 직접 구입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드래곤보트는 우리에게 낯설다. 중국의 전통적인 민속 놀이인 드래곤보트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용' 종목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종주국 중국을 견제하고 종합 2위 목표를 위해 드래곤보트 대표팀을 급조했다. 캐나디언 카누 선수 24명을 모아 박규(42) 감독 등 총 26명의 대표팀을 구성했다. 출전 선수만 24명이라 23명이 엔트리인 축구보다 규모가 크다.

선수단 규모가 방대한 까닭에 대한체육회는 드래곤보트 대표팀 파견에 고심을 거듭했다. 대한카누연맹의 끈질긴 설득 끝에 10월 초가 돼서야 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됐다. 전국체육대회가 끝난 뒤 12일 경남 김해 서낙동강에서 훈련을 시작한 드래곤보트 대표팀은 3주간 훈련을 통해 금메달 꿈을 키우고 있다.

박규 감독은 "드래곤보트와 카누 선수들을 합하면 총 4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수단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25만원에 달하는 패들은 선수들의 자비를 털어 구입해야 했다.

박규 감독은 "선수용 패들이 없어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훈련했다. 선수 체형에 맞게 길이 조절이 되는 패들을 주문했고, 훈련 3주차에 처음으로 사용하게 됐다"며 어려움을 표현했다.

전문적인 북잡이도 없어

드래곤보트 대표팀은 노잡이, 북잡이, 키잡이로 꾸려진다. 맨 앞줄은 가볍고 민첩하고 순발력이 좋은 노잡이가 자리잡는다. 맨 앞줄 노잡이로 선택된 김유호(23ㆍ인천시청)는 "2006년 대만세계선수권에서 드래곤보트를 처음 접한 뒤 1년에 한 차례 정도씩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카누는 J자형 스트로크인 반면 드래곤보트는 I자형 스트로크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카누 선수들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는 김유호는 "물을 잡아 끌어와야 배가 빨리 나간다. 이 같은 물을 잡는 감은 카누 선수들이 더 좋아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선수들을 단결시키는 임무를 맡는 북잡이는 리더다. 국내에는 드래곤보트의 저변 확대가 부족해 아직까지 전문적인 북잡이가 없다. 그래서 북잡이를 카누 선수로 대체했다. 북잡이를 맡은 주인공은 오중대(24ㆍ국민체육진흥공단)다.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면서 노잡이들을 통솔해야 하는 북잡이는 2주 만에 목이 벌써 쉬어버렸다.

그는 "드래곤보트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와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북잡이의 임무를 배우고 있다. 북만 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노잡이 못지않게 힘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맨 앞줄에 있는 노잡이의 노가 입수되는 순간 북을 치면 나머지 선수들도 북 소리에 맞춰 스트로크를 하는 방식으로 모두가 호흡을 맞춘다. 처음에는 피치를 빨리 해 가속도를 높인다. 그래야 리듬 잡기가 수월해진다." 북잡이의 요령을 설명하던 오중대는 "말로 괴롭혀 자극을 줘야 하는 악역도 북잡이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무게 중심과 방향 조절을 책임져야 하는 키잡이에 대해 박규 감독은 "보통 가장 베테랑이 키잡이 임무를 맡는다. 키잡이도 노잡이, 키잡이와 마찬가지로 몸을 앞으로 굴러주면서 방향을 잡는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망신당할까 걱정했다"는 박규 감독은 훈련을 거듭할수록 기록이 향상돼 전략종목 1,000m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내달 14일 중국 광저우로 떠나는 드래곤보트 대표팀이 '3주 훈련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해=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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