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엄마랑 아빠랑 이혼할 수 있게 제발… 도와주세요.”
가정 형편을 걱정한 15세 소녀가 한부모 가정이 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법원에 부모의 이혼을 간청했다.
27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A양(중3)은 아버지와 연락이 끊긴 채 어머니 홀로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며, 부모가 이혼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이 법원 가사2단독 이주영 판사에게 제출했다.
화목했던 A양의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은 2008년 봄, 아버지가 빚을 갚겠다며 일자리를 찾아 지방으로 가면서부터다. A양은 가끔 아버지에게 오는 전화와 문자로 그리움을 달랬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아버지와 아예 연락이 끊겨버렸다. 그러는 동안 A양의 어머니는 편의점 등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며 한 달에 150여만원을 벌었지만 4남매와 시어머니를 부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A양의 어머니는 연락 두절된 남편을 상대로 지난 6월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맏딸인 A양은 이 같은 사정을 담아 재판부에 진정서를 냈다. A양은 진정서에서 “한부모 가정이 되면 정부가 대학교까지 지원해준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면 동생을 유치원에 보낼 수 있고 엄마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시어머니 또한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의 이혼을 받아주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다. 재판부는 A양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현재 공시송달(소송서류를 일정기간 공시함으로써 송달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로 재판을 진행 중이며, 다음달 초 이혼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서울소년보호지원재단은 이 재판과는 별개로 A양을 포함해 부모가 이혼소송을 하거나 본인의 비행으로 재판을 받은 보호소년 42명에게 26일 30만~5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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