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자진사퇴는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신한은행 고소ㆍ고발 사건 수사에서 중요 변수로 작용할까. 지난달 2일 신한은행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고소로 촉발된 신한은행 사태와 관련해선, 신 사장뿐 아니라 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빅3'가 모두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상태다.
결론부터 말하면, 라 회장의 거취와 상관 없이 검찰 수사는 애초 짜인 수사 계획대로 전개될 전망이다. 일단 신 사장에 대한 소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달 넘도록 광범위한 계좌추적 및 참고인 조사를 통해 '기초공사'를 해놓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지난주부터 피고소인 7명을 차례로 불러 조사 중이며, 신 사장도 이르면 이번 주 후반쯤 소환할 계획이다.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신 사장과 함께 고소된 국일호 투모로그룹 회장에 대해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별도로 포착,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가 무르익은 단계라는 말이다.
검찰은 신 사장 조사가 끝나면 라 회장과 이 행장도 연이어 불러 최대한 신속히 이번 수사를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최대 쟁점인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원 횡령 의혹에 모두 연루돼 있어 검찰 조사가 불가피하다. 신 사장은 고소된 직후 "라 회장에게 자문료 중 7억여원을 건넸다"고 주장했고, 이 행장도 3억원을 받아갔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된 상태다. 신 사장한테서 받은 자금의 출처를 당시 이들이 인지하고 있었다면 공범으로 처벌될 수도 있어 신 사장의 '입'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문제의 15억원의 자금 흐름에 대해선 사실관계 확인을 마쳤으며, 당사자 직접 조사를 앞두고 법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빅3에 대한) 소환 시점은 비슷하게 될 것이며, 그 뒤에는 수사의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다음달 초까지는 '빅3'에 대한 소환 조사가 마무리될 것이며, 따라서 횡령 의혹에 대한 수사는 내달 중순께는 사실상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불거진 다른 사건들은 수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 회장의 '차명계좌 50억원 비자금 의혹' 고발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비자금의 출처와 사용처 조사에서 별개의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과태료 부과 사안에 불과해 큰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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