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위반으로 금융감독원 중징계를 받게 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조기 퇴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라 회장은 이르면 30일 임시 이사회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라 회장 사퇴 후 즉각 비상지도부를 구성, 사태 수습에 나설 예정이며 이를 위한 실무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측의 한 핵심 소식통은 26일 "라 회장이 25일 귀국한 뒤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국내 이사진들에게 밝힌 것으로 안다"며 "빠르면 30일 임시 이사회에서 거취 문제를 최종 매듭짓고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측은 이미 라 회장의 사퇴성명과 관련한 실무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현 상황에서 라 회장이 더 이상 자리를 지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여러 정황상 내달 4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이전에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초 라 회장은 제재심의위원회의 최종 징계결정을 지켜 본 뒤 사퇴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당국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직후인 지난 11일에는 기자들에게 "(내년 3월 주총 때까지) 경영공백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당분간 현직을 유지하며 사태 수습을 하겠다는 의지까지 피력했다.
하지만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현직유지가 불가능한 직무정지 이상의 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정치권에서도 라 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는데다 ▦검찰수사의 강도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지난 주 일본에서 만난 재일동포 주주들까지 사퇴를 요구하는 등 '사면초가'에 처하면서, 결국 조기 사퇴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징계가 확정된 뒤 물러나기 보다는, 그 이전에 퇴진하는 게 여러가지 점에서 낫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한 내부관계자는 "본인도 이미 마음을 비웠으며 어떤 것이 마지막으로 신한을 위하는 길인지 고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라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도 등기이사 자격은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까지 유지될 전망이다.
신한의 한 사외이사는 "만약 라 회장이 물러난다면 이사회를 중심으로 비상 임시지도부를 꾸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신상훈 지주사장과 이백순 행장의 거취에 대해선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온 뒤 결정하겠다"고 말해, 3자 동반퇴진 가능성은 일축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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