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의 바퀴 위에 몸을 싣고 좁은 트랙을 쉴새 없이 달린다. 매 순간 이어지는 기록 체크. 격려와 질책이 동시에 쏟아진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된 인라인롤러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설렘을 넘어 긴장감 마저 느껴졌다.
지난 22일 경북 포항시 포항종합운동장 내 인라인롤러경기장. 남녀 대표 각 4명은 태릉선수촌에 경기장이 없어 이 곳에서 '금빛 레이스'를 향한 최종 담금질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은 스피드에 걸린 6개 금메달 가운데 4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자 인라인의 간판 우효숙(24ㆍ청주시청)과 안이슬(18ㆍ청주여상)의 어깨는 그래서 더욱 무거워 보였다.
완벽한 신구조화, '신 효자종목' 우뚝 선다
우효숙은 자타 공인 국내 1인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특별활동을 통해 시작한 뒤 고교2학년 때부터 9년 간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았다. 2003년 베네수엘라 대회 EP(제외+포인트) 장거리 1만m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금메달을 획득했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선수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우효숙은 "첫 정식종목에 채택돼 기쁘지만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다"면서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날려 버릴 기회로 인라인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끝난 전국체전에서 2관왕을 차지한 우효숙은 주종목인 1만m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안이슬의 기량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초등3학년 때 취미로 인라인을 탄 이후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고 시니어에서도 무서운 신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4관왕, 올해 7월 아시아선수권 4관왕, 최근 전국체전 3관왕이다. '단거리 여왕'을 꿈꾸는 안이슬이 광저우에 출전하는 종목은 300m, 500m의 두 종목.
여자 시니어 유일한 고교생인 안이슬은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며 나지막한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강대식(43) 인라인 대표팀 감독은 "광저우에서 크게 한번 '사고' 칠 맏언니와 막내를 지켜봐 달라. 새로운 효자종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 일 수도…" 금메달을 향한 절박한 동기부여
인라인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 채택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광저우가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선수들 사이에서 감돌고 있다. "'잘 할 수 있다'가 아니에요. 저희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예요.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쳐야 4년 뒤 인천 대회에서도 가능성이 있거든요." 자신보다는 안이슬 같은 후배들이 국제무대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우효숙의 간절한 바람이다.
최대 라이벌 대만과 '홈 텃세'의 중국이 걸림돌이다. 대만은 지난 7월 자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밀어내고 종합1위를 차지했다. 안이슬은 "대만 선수들과는 경기를 많이 뛰어봤다. 충분히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선전해야 할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런 운동에도 선수가 있느냐"는 등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이겨내야 하고, 태릉에 인라인 경기장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 등이 그것이다. 현지기후와 경기장 바닥상태, 코스적응 등에 유독 민감한 만큼, 대표팀은 현지적응을 위해 조금 이른 27일 결전지에 입성한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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