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회의가 갖는 중요성은 참으로 막대하다. 우선 세계경제 관리를 위한 최고위급 협의체로서 G20이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려있다.
세계경제 논의 틀에 합의
이번 서울 정상회의가 실패한다면 G20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 세계경제의 미래도 이번 회의의 승패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최근 불붙은 미국과 중국,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환율전쟁을 진정시키고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주요 국가들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세계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참으로 중요한 시기에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의장국 대한민국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22일과 23일, 경주에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가 열렸다. 서울 정상회의 의제를 점검하고 합의 틀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경주 회의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환율전쟁이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열렸고, 주요국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G20 국가들이 경주에서 이룩한 합의는 매우 큰 성과에 틀림없다. 비록 구체적이지 못하고 구속력이 약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세계경제의 불균형과 환율전쟁과 같은 중차대한 문제들에 대한 국제적 논의의 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2008년 발발한 세계 금융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세계경제의 불균형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경상수지 적자국이 되고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 흑자국이 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크게 증가했고 이것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거품을 만들었다. 이러한 위기의 반복을 막고 세계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궤도를 달리게 하려면 세계적 불균형의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누가 그 부담을 안을 것인가를 두고 주요 국가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은 불균형의 책임이 중국과 같은 흑자국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흑자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높이고 국내 소비를 늘려 흑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중국은 미국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스스로 적자를 줄여야 하는데도 오히려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를 증발시켜 책임을 남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참으로 어려운 난제이다.
경주 합의의 의의는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윤곽을 잡은 데 있다. 세계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자국과 흑자국이 모두 경상수지 불균형의 규모를 지속가능한 범위 내로 줄이고, 이른바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에 의해 환율이 조정되도록 하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국제적 조정자 지위 활용을
물론 지속가능한 경상수지의 적자나 흑자의 규모를 수치로 제시하는데 실패했고, 시장결정적 환율제도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불균형의 책임을 적자국과 흑자국이 함께 짊어지고 환율을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조작하지 않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합의에 이른 것만도 매우 중요한 성과이다. 이제 이러한 큰 방향에서의 합의에 구체적 내용을 담아가는 일이 남았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개방적인 세계경제의 장점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믿음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서 국제적 조정력을 발휘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결합,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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