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와 불교계의 갈등의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대구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KTX 울산역 표기 문제 등으로 양측이 맞부딪쳐온 상황에서 일부 젊은 교인들이 사찰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올리고 불교를 폄하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서울 삼성동 봉은사가 지난 24일 일요법회에서 공개한 후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문제의 동영상은 ‘찬양인도자학교’ 소속 젊은이들이 ‘봉은사에서 땅밟기’라는 제목으로 6분 30여초 분량으로 제작한 영상. 동영상에서 이들은 봉은사 대웅전 등 경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독교식 기도를 올리는, 이른바‘땅밟기 기도’를 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 여성은 “서울에 이렇게 큰 절이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 놀랐다”며 “이 땅은 파괴될 것이고 (하나님의 땅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쓸데없는 우상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다” 등 불교를 우상숭배라고 주장하는 발언이 담겨 있다. 동영상을 본 대다수 네티즌들은“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철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찬양인도자학교는 예배사역단체인 ‘에즈37’이 주관하는 10주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 이 동영상은 이 단체의 인터넷 카페에 공개돼 있던 것을 봉은사측이 인터넷을 검색하다 발견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에즈37 대표 최지호 목사는 26일 “우리는 다른 종교시설에 가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격려하는 단체가 아니다”라며 “다른 종교적 배경을 가진 일부 수강생들이 한 일로 우리도 당혹스러운데, 조만간 봉은사에 찾아가서 정식으로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에즈37측이 사과의 뜻을 밝히긴 했지만 기독교 근본주의 진영이 땅밟기 기도를 선교의 한 형태로 삼고 있어 언제든지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종호 기독교사상 편집주간은 “근본주의적인 선교단체들이 선교를 ‘영적 전쟁’으로 보기 때문에 공격적인 행태를 띠고 있다”며 “이 같은 행태가 표면화하면 종교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양 종교의 대립도 심상찮은 상황이다. 대구시가 올해 초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가 기독교계의 반발로 사실상 백지화하자 대구 지역 불교단체들은 지난달 대책기구를 꾸리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시장에 대한 주민소환과 대규모 규탄대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반면 기독교계는 최근 ‘국고 지원 템플스테이 반대 대책위’를 결성해 정부의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저지하는 서명운동을 벌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11월 개통되는 KTX 울산 구간 신설역 명칭을 두고서도 울산ㆍ양산지역 불교계는 ‘울산역(통도사)’ 병기 주장이 기독교계의 반발로 수용되지 않자 반발하고 있다. 철도공사는 지난달 역명 심의위원회를 열어 ‘KTX 울산역’으로 하되 ‘통도사’를 부기하는 절충안을 택했으나 역사 현판에서는 통도사 명칭을 뺐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일단 지역 교구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데, 기독교계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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