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발효예정인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복병을 만났다. 유럽의회가 한ㆍEU FTA 조항과 상충될 소지가 큰 내용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이행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것. 우리 정치권도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터라 한ㆍEU FTA 발효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6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달 초 세이프가드 이행법안을 상임위원회(국제무역위원회)에서 통과시키고 다음달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세이프가드 발동요건으로‘불확실한 경제활동으로 인한 피해’를 추가한 것.
한국과 유럽연합이 체결한 FTA 협정문에는 ‘협정에 따라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한 결과 국내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의회의 움직임은 관세 인하에 따른 수입 증가 이외에도 한국 정부의 산업정책이나 원산지 문제 등이 불거져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의 대처는 안일하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해석에 따라서 한ㆍEU FTA 협정문과 명백히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당장 문제를 삼을 순 없다”며 “FTA 체결 이후에 EU측이 협정문 체결 취지와 어긋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 분쟁해결 절차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분쟁의 불씨는 미리 꺼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행법안은 협정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 게 원칙인 만큼 외교당국이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며 “만약 자국 이행법안에 근거해 협정과 다른 조치를 취할 경우 잇따라 분쟁이 생기고 그 해결 비용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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