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어린 시선 속에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닻을 올린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은 26일 서울 세종로 문체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야구 주말리그 추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핵심은 2011년부터 '학습권'보장을 위해 학기 중 평일이 아닌 토, 일요일과 공휴일 그리고 방학에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따라서 봉황대기와 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무등기, 대붕기, 화랑대기, 미추홀기 등 언론사 주최 8개 토너먼트 대회가 내년부터 폐지된다.
대신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눠 53개 팀이 전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각각 리그 형태로 총 372경기를 치르고 상위팀들이 참가하는 왕중왕전을 벌인다.
고교야구 주말리그는 지난해 가장 먼저 도입했던 초∙중∙고교 축구와 올해 대학축구, 대학농구, 고교 아이스하키에 이어 학원 스포츠 정상화를 꾀하려는 정부 시책과 맥을 같이 한다.'공부하는 선수'를 만들겠다는 방침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정착되기까지는 적잖은 부작용이 뒤따를 전망. 당장 주말마다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야구장 확보가 시급하고 심판과 대회 운영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도 필요하다. 특히 사회인리그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8개 대회를 치러왔던 언론사들의 협조도 필요하다. 8개 권역으로 나뉘어 열리는 전ㆍ후반기 주말리그는 수십 년의 대회 전통을 이어온 주최사들로서는 입맛이 당길 리 없다. 상위 24~28개팀이 펼치는 토너먼트 방식의 왕중왕전을 놓고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기 때문. 그러나 주말리그 전환에 대한 언론사와의 협의는 아직까지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서울 지역 고교팀의 한 감독은 "시기상조다.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주말에 하는 경기만으로는 실력을 키우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 야구의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고교 2, 3학년이 갑자기 공부를 한다고 학습권이 보장되겠느냐"면서 "유예기간 없이 밀어붙인다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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