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스마트폰 운용체제(OS) 개발을 전격 선언했다. 애플의 아이폰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처럼 OS를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이로써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스마트폰 OS 싸움이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SKT, 스마트폰 OS 만든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25일 서울대 SK텔레콤 연구동의 상생혁신센터 개소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아무리 좋은 응용 소프트웨어(앱)와 서비스도 OS 개발업체에서 스마트폰에 넣어주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스마트폰 OS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다양한 업체들과 연합해 OS를 개발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리모(LiMO), 유럽의 통신업체들과 연합해 OS를 개발할 생각"이라며 "이와 관련해 최근 스페인 통신업체 텔레포니카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만남을 가졌고, 독자 OS를 개발 중인 차이나모바일도 만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리모는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와 통신업체 등이 참여해 만든 비영리 개발기구로, 개방형 휴대폰 OS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만드는 OS는 언제 어떤 형태로 나올 지 아직은 미정이지만 공개된 OS인 리눅스를 토대로 할 예정이다. 리눅스는 1991년 리누스 토발즈가 비싼 돈을 받고 파는 MS의 윈도에 대항해 만든 PC용 OS로, 누구나 무료 이용할 수 있으며 변형이 가능하도록 개발 코드도 공개됐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도 리눅스를 토대로 개발됐다.
"통신업체들, 더 이상 설 땅이 없다"
SK텔레콤이 스마트폰 OS 개발에 뛰어든 것은 IT 업계의 헤게모니(주도권) 싸움 때문이다. 과거 IT업계의 주도권은 PC나 휴대폰을 만드는 제조업체나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갖고 있었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면서 애플, 구글 같은 스마트폰 OS 업체로 넘어갔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 OS 업체들이 제시한 사양대로 스마트폰을 만들며, 통신업체들의 돈벌이였던 응용 소프트웨어 제공 권한도 스마트폰 OS 업체가 가져갔다. IT업계에서는 앞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휴대기기들이 늘어나면서 애플이나 구글 등 스마트 OS를 만드는 업체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휴대폰 제조업체 및 통신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정 사장은 "OS 위주의 세상에서 통신업체들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며 "구글이 안드로이드폰에서 구글과 경쟁하는 다른 서비스를 배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휴대폰 업체나 통신업체들이 독자 OS 개발을 포기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OS 각축전 치열
이에 따라 세계 IT 업계의 경쟁은 스마트폰 OS 싸움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현재 스마트폰 OS는 노키아의 심비안, 구글의 안드로이드, MS의 윈도모바일, 애플의 iOS,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OS 등 5파전 양상이다. 이 중 애플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두각을 나타내는 양상이며 MS가 윈도폰7을 발표하며 판세를 키우는 형국이다. 1위인 노키아는 최근 개발인력 1,800명을 해고하고 심비안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
여기에 일부 통신업체들과 휴대폰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유럽 통신업체들은 최근 공동으로 스마트폰 OS 개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영국 오렌지, 독일 도이치텔레콤, 스페인 텔레포니카, 미국 버라이존에 인수된 영국 보다폰 등이 함께 스마트폰 OS를 개발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 여기에 SK텔레콤이 가세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도 애플의 아이폰 견제 차원에서 독자 OS 개발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일반폰용 '바다' OS를 개발했으며 이를 스마트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만큼 세계적 강호들이 버티고 있어 SK텔레콤의 도전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SK텔레콤은 독자 노선보다는 연합 전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 사장은 "통신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서비스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며 "SK텔레콤 뿐 아니라 전세계 이동통신업체들이 원하는 상황인 만큼 공통의 스마트폰 OS를 만드는 일에 주도적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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