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슈퍼마켓(SSM) 빅3 업체의 점포 수가 SSM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2008년 이후 오히려 300개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 전국 재래시장 및 골목상권의 20% 이상을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빅3의 이같은 대공세는 SSM 규제 여부를 둘러싸고 국회의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논란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빅3 업체가 SSM의 간판을 가린 채 내부공사를 한 뒤 기습 출점하는가 하면, 국회 입법을 통해서도 제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의 출점을 통해 세력을 한층 넓혀가고 있다.
25일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GS슈퍼 등 SSM 빅3 기업 및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2008년 한 해에 31개가 늘어 연평균치 20여개를 훌쩍 뛰어넘더니 2009년엔 무려 80개가 늘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직영점 5곳을 포함해 50여개 가까이 점포 수를 늘렸다.
2007년 말 57개였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2008년과 2009년에 각각 53개와 58개가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46개가 늘었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GS슈퍼 역시 2008년부터 20~30개씩 늘어나면서 연평균 증가치 5~10개를 훨씬 상회했다.
이에 따라 이들 빅3 업체가 전체 슈퍼마켓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하고 있다. 전체 슈퍼마켓 시장에서 SSM의 매출액 비중은 매년 2~3% 가량 증가하고 있는데, 빅3의 증가 추세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통계청 관계자는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의 매출이 정체 내지는 축소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빅3 SSM의 실질적인 시장 지배력은 20% 이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ㆍ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등 SSM 규제와 관련된 2개 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이들 빅3 점포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에 SSM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한 유통법이나, 사업조정 대상에 직영점은 물론이고 가맹점까지 포함시키는 상생법이 처리되기 전에 서둘러 매장 수를 늘리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직영점이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된 이후 빅3 업체가 내부 검토를 거쳐 올해부터 가맹점 형식의 출점을 본격화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빅3 업체가 유통법의 경우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반면 상생법은 통상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 때문에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점과 무관치 않다.
영국계 기업 테스코가 90%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관계자가 "가맹점 제도는 정부의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방안에 발맞춰 서민이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와 한나라당은 유통법의 국회 처리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상생법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개별 국가들의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 과정에서 통상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지난 20일 지경부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EU 회원국 가운데 유통법과 상생법 처리를 반대하는 국가가 실질적으로 영국 뿐이라는 점을 인정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외국계 SSM이 상생법 처리를 막기 위해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과도 맥이 닿아 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빅3의 SSM 출점을 둘러싸고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가맹점에 대해서도 사업조정을 시도하다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 정부가 상생법 처리와 관련해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전환한 경우에만 사업조정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 자영업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모두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데 따른 혼란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유통법과 상생법 처리는 단순히 재래시장을 살리자는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정한 경쟁의 룰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닦자는 것"이라며 2개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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