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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상한 전쟁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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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상한 전쟁의 결말

입력
2010.10.25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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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G2일까. G1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 G2라 해도, G는 미국이고 중국은 g정도가 아닐까. 지난 주말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선언문, 이른바 '환율전쟁 종전(終戰) 합의문'을 접한 뒤 든 느낌은 적어도 그랬다.

돌이켜 보면 참 이상한 전쟁이었다. 미ㆍ중간 갈등은 분명했는데, 전선이 확대되면서 누가 적이고 친구인지, 누가 누구랑 싸우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싸움이 되어버렸다. 예컨대 달러 약세 때문에 엔고 직격탄을 맞은 일본이 미국 아닌 중국과 한국을 비난했던 것은, 이상한 전쟁의 상징적 단면이었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미ㆍ중 모두 할말은 있겠지만 그래도 경중을 따진다면 위안화 절상을 거부해온 중국 보다는, 약(弱)달러 공세를 통해 환율 스트레스를 전 세계에서 무차별 전파시킨 미국의 책임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 물론 미국은 중국에 화가 났을 것이다. 국가간 교역에서 환율은 결코 '내 나라만의 것'이 아닌데도, 중국은 위안화를 오직 '중국만의 것'으로 운용해왔다. 자유무역 최대수혜국이면서도 환율에 관한 한 최소한의 자유화 규범조차 거부한 중국은 비난 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미국이 떳떳한 건 아니다. 이번 환율전쟁에서 ▦미ㆍ중간 위안화 갈등과 ▦각국의 경쟁적 시장개입과 환율방어로 야기된 전 세계적 확전은 반드시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 미ㆍ중의 해묵은 환율싸움은 중국 탓이 크지만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비화된 건 대부분 미국 책임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대적인 유동성 살포(양적 완화)에 나서지 않았다면 달러가치는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다른 나라들도 자국통화 방어를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미국은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환율조작도 필요가 없었다. 통화정책(양적 완화)만으로 얼마든지 환율조절이 가능한 기축통화인데, 뭣 하러 그런 일을 하겠는가. 하지만 '환율을 특정방향으로 의도적으로 몰고 가는 행위'전부를 환율조작으로 규정한다면, 비록 직접 개입은 없었어도 '약한 달러'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미국 역시 환율조작국과 크게 다를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재무장관 회의는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각국의 환율방어를 규제한 '시장결정적(market determined)'환율 지지 ▦경상수지 과다흑자를 사실상 억제토록 한 가이드라인 설정 등 핵심합의 모두 미국이 원하던 그대로였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달러 약세)은 뭐라 않고 각국의 방어행위(시장개입)만 시비 거는 게 과연 공정한 게임 룰일까.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저축부진과 과다소비 때문인 점은 그냥 두고, 흑자 내는 나라만 규율토록 하는 것은 또 공평한 처사일까.

전쟁이 파국으로 가지 않았고, 특히 우리나라의 중재역할이 컸던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불공평해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불안정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역시 '약한 달러'공세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선 걱정스럽기도 하다.

환율전쟁의 최종승자는 이제 미국이 유력해졌다. 이빨 빠진 호랑이? 달러패권시대의 종말? 그건 우리의 착각이었다.

이성철 경제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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