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는 소설 의 도시다. 그곳에 이 소설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 문학관이 있다. 그 문학관은 소설의 무대이기도 한 '외국수종 시범림' 속에 건립되어 있다. 도심에서 제법 벗어난 곳이지만 많은 관람객이 찾아간다.
시범림은 약 15㏊의 넓이에 잣나무, 유럽 적송, 독일가문비, 잎갈나무 등 1만2,000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미우라씨는 어린 시절 이곳을 방문해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감명이 을 통해 일본 전국에 알려져 이 숲 또한 일본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미우라 아야코 기념 문학관은 2층 건물이었다.
육각형을 기본으로 한 콤팩트한 평면과 순수하고 청초한 12면체로 돼 있었다. 숲 속에 자리한 조용한 교회 같은 분위기였다. 마치 의 한 장면을 읽는 것처럼 가슴을 뛰게 하는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나는 한국 지방자치단체가 다투듯 찍어내는 문학관들을 둘러볼 때마다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관과 자꾸 대비되는 느낌을 받는다.
문학관이 너무 즉흥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작가의 생애나 작품과 무관한 몰개성적인 건물과 빈약한 전시에 실망하고 돌아올 때가 많다. 문학이 문학관보다 존중돼야 하는데 문학관이 컴컴한 문학의 무덤 같아 싫어진다.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과 작가의 작품처럼 그렇게 살아 있는 문학관은 불가능한 것인가.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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