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합의한 ‘경상수지 관리제’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상수지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건지, 또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는 아닌지 말들이 많다. 향후 효과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이행을 강제하는 것도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경상수지 관리제 도입 의도
지난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4,199억달러에 달한다. 수출입이나 해외여행, 유학ㆍ연수, 임금ㆍ배당 등으로 미국으로 들어온 것보다 나간 돈이 이만큼 더 많았다는 얘기다. 반면 중국의 2008년 기준 경상수지 흑자는 4,261억달러. 수치로만 보면 미국에서 나간 달러가 고스란히 중국으로 들어간 셈이다.
독일(1,681억달러)과 일본(1,422억달러)을 제외한 다른 대부분 선진국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상당수는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중국 등 신흥국이 막대한 흑자를 누리는 데는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수출을 확대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전략 때문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시장 개입이 없다면 ‘경상 흑자 확대 → 달러 유입 확대 → 통화 가치 상승 → 수출 경쟁력 하락 →경상 흑자 축소’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균형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강력하게 경상수지 목표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로 이행한다’는 문구를 담기는 했지만, 실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는 것이 사실. 결국 특정 국가의 외환시장 개입 여부와 환율 유연성을 확인하는 가늠자로 경상수지를 삼겠다는 게 미국의 의도이다.
타당성ㆍ실효성 논란
우리 정부 관계자는 “경상수지 균형을 위해서는 환율 외에도 흑자국은 내수시장 확대, 적자국은 소비 축소 등 경제구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경상수지를 관리하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원은“환율을 시장에 맡기자면서 경상수지는 통제한다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평가한다. ▦경상수지 이외에 자본수지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기술혁신으로 수출 경쟁력을 강화한 노력이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현실적으로 실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당장 미국조차 정반대 행보를 하고 있다. 미국은 경상 적자를 줄이려면 재정 긴축과 달러 공급을 줄여야 하는데도 경기 부양을 위해 오히려 양적 완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문제는 환율이 아니라 미국이 과대하게 소비하는 것’이라고 반발해 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축통화(미국 달러화)의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상수지 관리를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흑자를 줄이려면 내수확대를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도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는 형편. 선진국 그룹 가운데서는 드물게 만성 흑자국인 독일과 일본의 반발도 변수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미국이 중간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경상수지 관리제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임경묵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이 마스트리히트조약에서 재정수지ㆍ국가부채 목표를 설정했지만 절반 이상 국가가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다른 정책목표보다 훨씬 통제가 어려운 경상수지 목표를 이행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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