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은 쌍용차를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명가로 이끈 차다. 코란도, 무쏘에 이어 고급 SUV시장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28만대 이상이 팔린 스테디셀링카다. 그러나 고유가와 쌍용차의 경영난까지 겹쳐 어려움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권토중래를 모색하던 쌍용차는 최근 엔진 배기량을 700㏄ 낮춘 2.0 리터급 RX4를 내놨다. 길이가 4,735㎜에 달하는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2,400만원대. 크기가 더 작은 현대차의 싼타페 보다는 300~500만원 저렴하다. 엔진 크기를 줄이면서 착한 가격을 선택한 것.
고급 사양은 오히려 더 늘어 났다. 전자동 주차 브레이크(EPB), 타이어 공기압 측정장치(TPMS), 크루즈 컨트롤 장치, 하이패스 시스템(ETCS)등 편의사양은 빠짐없이 갖췄다. 게다가 2000㏄급 모델에서 보기 어려운 운전석 시트 메모리 시스템도 적용됐다.
일단 운전석에 앉는 순간, 여기에 넓은 시야도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SUV를 평가할 때 시야를 중시한다. 시야가 넓은 SUV는 교통난이 심한 도심에서 좌우 승용차의 흐름을 내려다 보는 맛을 주고, 야외에서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렉스턴은 높은 전고(1,840㎜)로 시원한 시야를 확보했다.
시내 주행에서 조향과 제동 능력은 명성 그대로다. 묵직한 차체와는 달리 여성이 운전을 하더라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다. 제동력 역시 수준급. 남산 순환도로 내리막 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봤는데 고급 승용차 못지 않은 성능을 과시했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보았다. 배기량이 낮아지면서 주행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기우였다. 살짝 가속이 붙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내달린다. 렉스턴 특유의 가속 능력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6단 자동변속기를 갖춘 탓에 가속도 부드럽다. E-트로닉 시스템을 적용, 수동 변속도 가능하다.
연비는 어떨까. 흔히 배기량을 낮춘 모델은 연비가 떨어지는 게 상례다. 적은 배기량으로 예전의 힘을 내려다 보면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법. 그런데 렉스턴 RX4의 연비는 2륜 구동모델이 리터당 11.4㎞, 4륜 구동이 11.2㎞수준으로 기존 2,700cc모델의 연비(10.7㎞)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가격과 연비를 모두 잡은 셈.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비게이션의 크기가 작다는 것. 조금 답답한 느낌을 준다.
렉스턴 RX4는 한 달 만에 2,400여대 이상이 판매되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가격은 2륜 기준으로 고급형 2,495만원, 최고급형 2,655만원.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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