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로운 보사노바 리듬으로 친숙한 목소리의 올리비아(25ㆍ사진)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올리비아 옹’을 냈다. 지난 주말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 2010)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주스 병을 그러쥐고 수줍은 듯 구석자리에 앉아 있는 올리비아는 라이브 무대 위의 농염한 모습에서 딱 열 살쯤 나이를 뺀 듯 보였다.
“이번엔 나만의 색깔을 넣어보고 싶었어요. 브라질리안 재즈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전 훨씬 펀(fun)한 편이거든요. 현재의 나를 드러내는 앨범이라는 뜻에서 본명의 성(姓)인 옹(Ong)을 앨범 타이틀에 넣어 봤어요.”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올리비아는 열 다섯 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가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두 장의 팝 앨범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열 아홉 살에 낸 첫 번째 보사노바 앨범 ‘A Girl Meets Bossanova’는 ‘이건 어떨까’ 하는 소속사의 모험이었던 셈.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뒤이은 앨범들이 잇달아 인기를 얻으며 올리비아는 동아시아 전역에서 보사노바의 여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엔 그냥 계획된 스타일 대로 했어요. 원곡보다 무척 부드럽게 편곡돼 있어 그냥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근데 나중에야 이게 보통 음악이 아니란 걸 알게 됐죠. 어마어마한 뮤지션들이 계속 커버(리메이크)해 온 명곡들이더군요. 겁도 나고... 그래서 갈수록 더 감상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3년 만에 새로 낸 이번 앨범은 예전보다 깔끔해진 음색으로 채워졌다. 캐롤 킹의 ‘I Feel The Earth Move’, 비틀즈의 ‘Here, There and Everywhere’ 등의 팝 넘버를 소화하는 올리비아의 목소리는 달콤함보다 세련된 느낌이 강하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욕심을 보여주는 자작곡 ‘Bittersweet’도 무척 차분하다. 말랑말랑한 ‘이지 리스닝’의 요정에서 자기 색깔을 가진 팝 아티스트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발걸음으로 여겨진다.
“아직은 내 속의 다른 재능들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꾸며서 연기하는 듯한 노래보다는 분명한 태도를 가지고 노래하고 싶어요. 한국어 앨범이요? 한국 팬들에겐 늘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한국어는 진짜 왕 어려운데(super hard)…”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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