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록의 시대가 있었다, 고 회고할 때 으레 등장하는 이름들이 뭉쳐 ‘슈퍼세션’이라는 새 앨범을 냈다. 사랑과 평화의 최이철(57), 신촌블루스의 엄인호(58), 들국화의 주찬권(55)이 모인 프로젝트 밴드의 앨범이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들이지만 농익은 사운드에 담긴 이들의 그루브(흥)는 세월을 여의어 있었다. 21일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열린 앨범 쇼케이스는 노을 속에 세 갈래 장강(長江)이 합수하는 웅혼한 풍경을 연상케 했다.
이들이 털어 놓는 프로젝트 결성의 이유는 소탈하고 담박했다. “평소 술친구”(엄인호)라서 “굉장히 친하고 싸움도 많이 하는데, 음반도 한번 같이 해보면 어떨까 해서”(주찬권) 의기투합했다는 것. 하지만 록 음악마저 말초적인 후크 리듬에 오염된 시장의 조류 속에서, 음악계가 ‘슈퍼세션’의 등장에 부여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 세 사람의 원초적 연주가 가리키는 저쪽에는 남루하지만 황홀했던 1970~80년대의 록 스피릿이 빛나고 있다.
거친 운지로 기타의 넥을 몇 곡 긁고 나서 엄인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엔 밴드 하는 애들도 거울 보고 연습을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상업주의에 빠져 비주얼에 치우친 거죠. 후배들한테도 진짜 음악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바람입니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우리한테도 이런 선배가 있었구나’하는 자극을 주고 싶어요. 얼마 전에 밥 딜런이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늙어가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각각 펑키(최이철), 블루스(엄인호), 록(주찬권)으로 음악적 방향이 달라 이번 앨범에서 셋은 조금씩 양보를 했다. 그렇게 수렴된 사운드는 삶의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을 추억하는 듯한 눅진한 블루스다. 1980년대 이들의 포효에 전율했던 팬들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 다시 이들의 회환과 관조에 가슴 먹먹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듯.
12월 10~11일, 이들은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슈퍼세션 콘서트’에서 한국 록의 살아 있는 전설을 보여준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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