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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가을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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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시로 여는 아침] 가을이라고 하자

입력
2010.10.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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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구

그는 성벽을 뛰어넘어 공주의

복사꽃 치마를 벗긴 전공으로

계곡타임스 1면에 대서특필됐다

도화국 왕은 그녀를 밖으로 내쫓고

문을 내걸었다 지나가던 삼신할미가

밭에 고추를 매달아놓으니

저 복숭아는 그럼 누구의 아이냐?

옥수수들이 수군대는 거였다

어제는 감나무 은행이 털렸다

목격자인 도랑의 증언에 의하면

어제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원래,

기억이라는 게 하루 사이에 흘러가기도 하는 거

아니냐며, 조사 나온 잠자리에게 도리어

씩씩대는 거였다

룸살롱의 장미가 봤다고 하고

꼿꼿하게 고개 든 벼를 노려봤다던,

대장간의 도끼가 당장 겨뤄보고 싶다는,

이 사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버스 오기 전에

몽타주를 그려야 하는데

● 지난 일요일,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비가 오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역시 너무나 화창한 가을 날씨.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걷거나 지치지 않고 결승점까지 달려서 들어갔습니다. 혼자서 잘 했다고 칭찬하는 가을의 오후였달까.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몰렸기 때문인지 맡긴 짐을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날이 따뜻했으니 망정이지, 추웠으면 어쩔 뻔했어. 짜증이 나려던 순간, 어쨌거나 춥진 않은 거잖아,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걱정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냥 노을이나 바라봤어요. 서울 강변의 노을은 아름답더군요. 자고 일어났더니 날씨는 추워졌습니다. 그게 2010년 마지막 가을이었나 봅니다. 몽타주도 그리지 못했는데, 벌써 도망치고 없네요. 그래도 짜증 안 내길 정말 잘 했어요. 이렇게 빨리 갈 줄 그땐 몰랐으니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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