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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홍콩 영화 두 거장 '무협'으로 금의환향

입력
2010.10.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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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칼로, 또 한 사람은 총으로 홍콩영화의 존재감을 세계에 알렸다. 둘은 태생부터 달랐다. 쉬커(徐克ㆍ59)는 미국에서 공부한 엘리트 영상세대였고, 우위썬(吳宇森ㆍ61)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두 살 아래 쉬커가 먼저 두각을 나타냈다. 무술과 특수효과를 버무린 ‘촉산’(1983)을 흥행시키며 홍콩 뉴웨이브의 기수로 떠올랐다. 1975년 데뷔해 그저 그런 감독에 불과했던 우위썬은 쉬커가 제작한 ‘영웅본색’(1986)으로 홍콩 누아르의 서막을 장식했다. 할리우드 진출도 앞서거니뒤서거니 했다. 우위썬이 1993년 장 클로드 반담이 출연한 ‘하드 타겟’으로 물꼬를 텄고, 1997년 쉬커가 ‘더블 팀’으로 뒤따랐다.

30년 동지이자 맞수인 쉬커와 우위썬은 지난 7일과 14일 각각 국내 개봉한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과 ‘검우강호’로 이역 땅에서 흥행대결을 벌이고 있다. 24일까지 모은 관객은 각각 45만명과 28만명. 명성에 비하면 초라한 흥행 성적이다.

그러나 두 영화는 흥행과 완성도를 뛰어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198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두 대가가 할리우드를 떠나 홍콩영화의 아이콘인 무협으로 금의환향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영화인들의 엑소더스가 이뤄진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기도 하다(두 사람의 할리우드행도 홍콩반환에 따른 불안한 미래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쉬커는 2000년 ‘순류역류’로 귀향했고 ‘칠검’을 만들기도 했지만, ‘적인걸’은 규모부터가 다르다. 제작비 1억3,000만위안(약 224억원)의 중국형 블록버스터다. 류더화(劉德華)와 류자링(劉嘉玲), 량자후이(梁家輝) 등 왕년의 홍콩스타가 대거 동원됐다. 홍콩영화 인맥을 토대로 중국영화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우위썬은 ‘적벽대전’ 시리즈로 고향에 돌아왔다지만 무협물 ‘검우강호’가 지닌 상징성은 남다르다. 우위썬의 영화 사부는 ‘외팔이 검객’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홍콩 무협의 거장 장저(張徹ㆍ1923~2002). 총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우위썬이 환갑을 넘은 나이에 칼을 잡으며 자신의 본류로 돌아온 것이다.

누군가는 두 대가를 흘러간 유행가 취급하거나 홍콩영화의 몰락을 운운할 것이다. 세월을 이기지 못해 얼굴 선은 완만해졌고, 흰머리가 늘었지만 그들의 영화는 여전히 쿵푸처럼 날렵하고 검처럼 날카롭다. 홍콩영화의 맥을 이어가며 홍콩영화의 DNA를 중국대륙에 이식하는 그들의 행보에 계속 눈길을 주어야 할 이유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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