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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에서 놀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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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에서 놀라는 것

입력
2010.10.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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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밖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은 무엇일까? 창덕궁의 속살인 비원의 은밀한 아름다움, 휴대폰과 자동차로 상징되는 경제적 성공, 유네스코도 인정한 찬란한 문화 유산, 아니다. 이들은 그저 그런 놀라움의 정도일뿐,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KTX 라고 한다. 예외 없이 정시에 출발하고 아무런 수속 없이 예약된 좌석에 앉아 나라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란다. 일류국가인 일본의 신칸센 조차 여전히 빡빡한 개찰구 검표를 하고 있지 않은가. 놀람의 정도는 선진국 사람일수록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이른바 사회적 신뢰가 한국보다 낫다는 나라에서 온 사람일수록 놀라는 정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사회적 신뢰 대표하는 KTX

사회적 신뢰는 곧 사회적 자본으로 전이된다. 사회적 자본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회적이라는 말은 흔하디 흔하고, 또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이라는 말처럼 자주 사용되는 말도 없는데 어째서 사회적 자본이라는 말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말이 주는 모호성과 모순성 때문이다. 보통 자본이라고 하면 경제에서 이야기하는 것인데 그 앞에 엉뚱하게 '사회적'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니 갑자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자본의 실제 의미는 어렵지 않다. 우리가 흔히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는 사회 구성원들간의 소통과 신뢰, 공정한 사회 등 지극히 보편적 가치들이 바로 사회적 자본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KTX 가 바로 생생한 예가 된다.

자본은 크게 물리적 자본,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으로 나뉜다. 물리적 자본은 자동차 컴퓨터와 같이 인간을 돕는 유형이다. 인적 자본은 더 나은 생산성을 위한 무형의 가치, 즉 사람이 교육을 통해 얻는 것들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간관계, 네트워크를 통한 인맥과 상호 신뢰와 같이 타인과 더불어 일하는데 있어 필요한 요소를 말한다.

일단 쓰기 시작하면 점점 소모되고 또 기능이 떨어지는 다른 자본과는 달리, 사회적 자본은 쓰면 쓸수록 더 강해지는 성질을 지닌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인간관계가 예가 될 수 있겠다. 사회적 자본은 구성원간 신뢰를 바탕으로, 불필요한 돈과 시간을 절약해 줌으로써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래사회에서는 사회적 자본이 국가경쟁력의 근본이 된다(. 시공사).

실제로 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오래 전부터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같은 사회적 자본을 측정하는 기준은 바로 구성원간의 신뢰다. 구성원들에게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간단하게 사회적 자본을 측정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사회적 신뢰는 바닥권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보통의 한국인들은 정부를 처음 만난 낯선 사람보다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치권의 부패, 목적 만능주의에 늘 무시되는 절차의 정당성(procedural justice), 권력과 재벌 앞에 고개 숙인 법 등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저신뢰 사회로 만든 것으로 전문가는 보고 있다. 후쿠야마 교수는 특히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 저신뢰 사회로 굳어졌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자본이 미래 국가경쟁력

아이러니컬하게 한국에서 유일하게 사회적 신뢰가 꽃피는 곳은 동향과 동문으로, 이들 조직에서는 어마어마한 그들만의 신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때때로 배타적으로 작용해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분열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오늘 KTX의 예를 보면서 한국도 머지않아 고신뢰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본다. 호남사람이 고려대 나오고 해병대에 다녀 온 사람들간에 형성하는 수준의 사회적 신뢰를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막상 상상해보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진다.

김동률 KDI 연구위원·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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