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권에서 수천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임병석(49) C&그룹 회장도 기업을 인수ㆍ합병(M&A)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이용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임 회장이 분식회계에 속아 인수한 기업은 현재 검찰이 임 회장의 비자금 조성창구로 지목해 수사선상에 올린 C&라인(옛 동남아해운)이다. 임 회장이 인수해 직접 경영하던 컨테이너업체 진도(C&진도)는 2005년 8월 중견 해운업체인 동남아해운 지분 75%를 약 267억에 인수키로 양모(63) 전 동남아해운 대표와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당시 동남아해운은 재무제표상으로는 경영상태가 양호했다. 계약을 앞두고 양씨는 “실사를 하게 되면 직원들이 동요하고 영업에도 불이익이 우려된다”면서 “인수가격을 50억원 깎아줄 테니 재무제표를 믿고 실사 없이 계약하자”고 제의했고 임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인수 후 C&그룹이 동남아해운의 재무상태를 점검한 결과, 옛 경영진이 2002~2004년 매년 부채는 줄이고 순이익은 늘리는 방식으로 재무제표를 조작해 모두 118억원을 분식한 사실을 확인했다.
임 회장은 이듬해 사기혐의로 양씨를 검찰에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냈다. 결국 양씨는 2006년 10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돼 형사합의하는 조건으로 임 회장에게 90여억원을 돌려줬다. 상당액을 돌려받긴 했으나 임 회장은 그 뒤 상당기간 동안 동남아해운의 숨겨진 부실 등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그 역시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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