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슈트를 입고 2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조승우(30)는 미세한 떨림도 없었다. 차분한 태도에 또렷한 눈빛, 조금 느리지만 분명하게 말을 이어갔다. “우선 23일 오전 서울경찰청에 취재 오신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22일 전역했다고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은 22일 특별외박으로 1박 2일을 받아 23일 저녁 복귀신고와 함께 전역증을 받았습니다.” 동료 배우들에게도 숨긴 채 조용히 입대했던 그는 제대 때도 취재진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복귀작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택한 조승우가 25일 오후 서울 잠실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직까지는 정신이 없다”고 입을 연 그는 “‘지킬 앤 하이드’는 세상 속으로 제 등을 확 떠밀어준 작품”이라며 “첫 정기외박을 나온 지난해 봄부터 계획했는데, 군 복무에 충실하고자 공개를 피했다”고 말했다.
“2004년 초연 때 두 번이나 거절했던 작품이에요. 섭외가 들어왔는데, 앤서니 워로우(호주의 톱 뮤지컬 배우)가 부른 노래들을 듣고 도저히 할 수가 없겠다 싶더군요.” 그는 “능력 밖의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제작사의 끈질긴 설득으로 출연한 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했다.
이후 그는 뮤지컬계의 최대 블루칩이 됐다. 그가 나온다 하면 예매 티켓은 몇 분만에 매진됐다. 제대 후 그의 거취가 공연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지킬 앤 하이드’ 제작사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조승우의 등장으로 스타가 관객을 무대로 끌어올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면서 “그의 컴백이 어려운 뮤지컬 시장에 단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군 복무 소감을 묻는 질문에 조승우는 “마냥 즐거웠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호루라기 연극단’(서울경찰청 소속 홍보단)에서 많은 공연을 다니다 보니 시간은 금세 갔다”고 했다. 어르신들 앞에서 연극 ‘봉이 김선달’을 선보인 것과 겨울에 고아원을 찾은 것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근무 후에는 공연, 영화를 보고 학원도 다닐 수 있게 배려를 받았어요. 솔직히 많이 누린 편이죠.”
지금까지 지킬 역을 95차례 소화한 그는 이번 공연으로 100회 출연을 맞게 된다. “예전에는 지킬과 하이드를 다른 인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이드는 지킬이라는 인물 속에서 튀어나온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한 사람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과거엔 하이드가 괴물이었다면 이제는 내면에서 나오는 악한 령(靈)이랄까요?”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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