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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영국은 '조용'한데… 연금개혁, 프랑스만 '난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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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사이드/ 영국은 '조용'한데… 연금개혁, 프랑스만 '난리' 이유는

입력
2010.10.25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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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의 대규모 파업과 시위가 유럽을 흔들고 있다. 학생들이 가세하면서 시위가 한층 격화한 와중에 경찰은 지난 주 열 살짜리 초등학생마저 체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유럽 전역이 고민하는 긴축 정책에 유독 프랑스의 반발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 연금개혁의 핵심은 정년 연장이다. 현행 60세인 퇴직 최소 연령을 2018년까지 순차적으로 62세로 연장하고 연금을 전액 수령할 수 있는 시점도 기존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내용이다. 연금 전액을 받기 위해 재직 중 보험료를 내야 하는 최소 기간도 현행 40년 6개월에서 2013년 41년 3개월로 순차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프랑스 노동부는 6,500만명 인구 중 현재 1,550만명인 연금 수급자가 2030년이면 1,8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금 적자 규모는 올해 320억유로에서 2030년 800억유로로 급증하게 된다.

하지만 연금개혁이 가진 폭발력을 인정한다 해도 유럽 각 국이 세원 확대와 연금 지출 축소를 위해 정년을 2년 가량 늦추려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프랑스의 연금개혁이 특별히 착취적인 내용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프랑스의 은퇴 연령(60세)은 영국,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 역시 지난 주 은퇴 연령을 2020년까지 65세에서 66세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재정 긴축안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의 발표에는 공공부문 일자리 49만개 감축, 상당수 복지 혜택의 축소 등 민감한 내용도 포함됐지만 전국적인 파업이나 시위의 장기화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퓰리처상 수상자인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앤 애플바움은 최근 칼럼에서 역사적 경험을 통한 설명을 시도했다. 영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직후 극도의 긴축 정책을 감내하며 이뤄낸 성과, 1981년 마가렛 대처 총리가 긴축 재정으로 이끌어낸 경제 부흥 등으로 인해 현재의 비상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설 자리가 좁다. 반면 프랑스인에게는 긴축에 대한 인내보다는 저항을 통해 얻어낸 과실이 크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은 물론이고 1968년 5월 혁명에 이어 최근까지도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통한 성공의 역사가 몸에 배 있는 탓이다.

여기에 현 정부를 대하는 입장 차이도 작용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3년 전 취임 이후 공금 유용 등 정권 차원의 각종 스캔들로 얼룩졌다. 지난해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20대 아들이 대형 국책기관 의장에 취임하려다 족벌주의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에는 로레알 대주주인 베탕쿠르 스캔들이 터지면서 사르코지와 재벌과의 오랜 유착 관계도 드러났다. 이러한 사르코지에 대한 반감이 최근 프랑스 시위의 바닥에도 깔려 있다고 보는 분석이 있다. 반면 영국 긴축 재정의 책무를 떠안은 곳은 13년 만에 최근 정권을 잡은 보수_자민 연립정부다. 다만 애플바움은 "그렇다고 반드시 영국의 개혁만 성공하리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프랑스 시위대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시간은 사르코지의 편?

프랑스 연금개혁 법안이 22일 상원을 통과하면서 10일 넘게 이어져온 노동계ㆍ학생 시위가 미묘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법안을 최종 인준하는 상ㆍ하원 합동위원회가 예정된 27일을 전후로 시위를 벌여 인준을 막겠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이 노동계에 유리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합동위원회 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해 인준이 확실한데다가 그 동안 파업 시위를 전폭 지지했던 국민들도 파업 지속에 따른 불편함을 조금씩 나타내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시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 법안 통과 직후 노동계와 학생 연합은 유류저장시설 봉쇄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오는 28일과 다음달 6일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했으며, 학생연합 역시 26일께부터 별도의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25일에도 남부 마르세이유 지역의 한 유류저장시설을 노조원들이 다시 장악해 봉쇄하는 등 프랑스 곳곳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 앞으로의 시위가 지난 10여일 동안의 과격한 대규모 시위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각급 학교가 2주간 방학에 들어가면서 학생 시위대가 대거 이탈한 측면도 있지만, 여론마저 파업에 등을 돌리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르피가로 신문이 20, 2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법안이 통과될 경우 파업 종료 여부에 응답자 56%가 종료돼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43%였다. 파업 종료 의견이 많게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10여일 전 연금 개혁 법안에 프랑스인 70%가 반대했던 것에 비하면 이제 많은 프랑스인이 연금개혁 법안 통과를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로 인해 연금개혁 법안을 밀어붙여 29%라는 집권 이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큰 장애물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1~22일 쉬드 우에스트 디망슈지가 실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8%는 연금 문제가 2012년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번 사태가 사르코지의 재선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이전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로이터는 24일 연금개혁 법안 통과로 사르코지 대통령이 대폭적인 개각과 차기 G20 의장국이라는 국제적 위상 재고를 통해 (2012년 대선까지) 분위기를 쇄신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 복지 날개 꺾인 유럽

‘복지국가의 원조’ 유럽연합(EU)이 속속 긴축 재정안을 내놓고 있다. 불황으로 인한 해고 임금삭감 등 직접 피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은 연일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어떻게든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각국 정부의 사정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프랑스의 은퇴연령 상향조정, 스페인의 공공부문 노동자 230만명 임금삭감, 영국의 49만명 해고 계획 등 각국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 EU 통계당국 유로스타트가 22일 공개한 ‘2009년 정부부채 비율’을 보면 이탈리아(116%), 벨기에(96.2%), 헝가리(78.4%), 프랑스(78.1%), 포르투갈(76.1%), 독일(73.4%), 영국(68.2%) 등 EU 26개국(그리스는 수치 공개 안함) 중 11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초과하는 정부부채를 가지고 있었다. EU는 ‘안정 및 성장에 관한 협약’을 둬 회원국들의 재정적자 규모를 3% 이하, 정부부채 규모를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다한 긴축이 오히려 침체 극복에 타격을 입히는 비효율적인 조치라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EU 국가들의 해법은 한결 같이 허리띠 졸라매기다.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이제 승산없는 싸움이라도 하겠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를 필두로 스페인 아일랜드 등 각국이 총파업과 각종 집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위는 도미노 양상을 띄며 계속되고 있는데, 지난달 29일에는 EU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근 10년 만의 최대규모 연합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열린 EU 재무장관 회의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유럽노동조합연맹(ETUC)이 주최한 이 집회에는 30개국에서 노동자 10만명(경찰 추산 8만명)이 참가해 분노를 표출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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